- 영락교회 부흥 이끈 예언자적 설교가이자 독재 항거한 애국 지도자
- 900쪽 분량 생애 집대성… WAIC 중심으로 한국교회 본질 회복 역설
한국교회 역사는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영적 거인들의 피와 눈물로 쓰인 거룩한 기록이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 장로교회의 상징인 영락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시대를 깨우는 예언자적 설교자로, 그리고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 단호히 항거한 애국적 지도자로 평생을 헌신해 온 박조준 목사의 90년 생애를 집대성한 평전이 출간되어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평전은 단순한 회고록의 수준을 넘어선다. 과거 평양의 흑백 사진부터 6.25 피난길, 그리고 최근의 치열한 목양 현장까지 생생하게 담아낸 화보와 칼럼을 포함하여 장장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묵직한 분량으로 박 목사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총신대학교 전 총장이자 코메니우스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정일웅 박사가 전체 집필을 맡아 학문적·신앙적 깊이를 더했으며, 전 고신대 교수이자 현 웨이크신학원 구약학 교수인 김열 박사가 박 목사의 탁월한 설교 세계를 전문적으로 분석해 학술적 객관성을 확보했다. 한국 설교학의 태두인 정장복 교수 역시 그가 남긴 설교적 발자취에 대해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기록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책의 서두에는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민경배 웨이크신학원 석좌교수를 비롯해 전직 대통령과 정·관계, 종교계 지도자 28인의 헌사가 실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을 향한 깊은 존경을 표하고 있다.
평전의 간행위원장이자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사무총장인 임우성 목사는 간행사를 통해 이 책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던지는 신학적 무게감을 무겁게 짚어냈다. 임 목사는 한국교회가 주기철 목사의 순교 신앙과 한경직 목사의 목양 정신을 기리고 있지만, 박조준 목사는 그 어떤 시대적 인물이나 환경의 영향을 넘어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온전히 계승하는 믿음과 정신으로 사셨던 분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박 목사의 삶을 시대와의 타협을 거부한 ‘일상의 순교자’로 정의하며, 현재 WAIC가 걷고 있는 행보는 오직 그리스도께만 복종하며 한국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는 ‘제2의 종교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의 이 같은 타협 없는 신앙의 기개는 폐허와 참척의 골짜기에서 피어난 거룩한 소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무렵 집안의 기둥이던 젊은 삼촌마저 잃는 비극 속에서 “예수 믿다가 망한 집안”이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소년 박조준은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는 목회자가 되기로 서원했다. 이후 16세에 신앙의 자유를 찾아 홀로 사선을 넘어 남하한 그는 유격대에 자원입대했다가 부대원 대부분이 전사하는 참혹한 전투 속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하며 영적 파수꾼으로서의 사명을 뼈에 새겼다.
이후 사역의 여정은 청빈과 헌신, 그리고 한국교회 심장부를 깨우는 부흥의 역사로 이어졌다. 27세에 부임한 첫 임지 영등포 영은교회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터전이었으나, 극심한 위궤양 속에서도 성도들의 삶을 돌보는 눈물의 목양으로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어 37세에 한경직 목사의 부름을 받아 영락교회 제2대 담임목사에 취임한 후에는 고유의 예언자적 메시지를 지혜롭게 접붙이며 주일예배를 5부제로 드려야 할 만큼의 대부흥을 견인했다.
특히 암울한 군사독재 시절 그의 강단은 권력 앞에 비겁하지 않았다. 정권의 감시 속에서도 유신정권의 폭압과 신군부의 권력 사유화를 꾸짖는 사자후를 토해냈으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나라에 그런 사람도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며 참모들을 제지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1970년대 말 미국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으로 안보 위기가 닥쳤을 때는 교파를 초월한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연합장로회를 설득하는 등 철저한 구국의 결단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물론 불의한 권력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에 의해 한국교회의 중심에서 하루아침에 변방으로 밀려나는 십자가의 고난을 겪기도 했다. 세상의 눈에는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것처럼 보였으나, 하나님께서는 기꺼이 좁은 길을 택한 외로운 선지자를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 도리어 그를 타락해 가는 한국교회를 일깨우고 개혁을 선도하는 시대의 본류로 다시금 찬란하게 세우셨다.
박 목사는 화려한 교권의 정점에서 자신의 이름을 이을 후계자를 세우는 세속적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는 대신, 국제독립교회연합회와 웨이크신학원을 통해 타협 없는 신앙을 지닌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는 데 남은 생을 바치고 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구국의 강단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신앙의 본질 회복을 위해 눈물로 부르짖는 영원한 현역, 박조준 목사. 그가 피와 눈물로 치켜든 거룩한 진리의 횃불은 길 잃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정화하는 강력하고 위대한 생명의 물결로 도도히 흘러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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