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교회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먼저 건물이나 조직을 떠올린다. 주일마다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장소, 또는 종교 활동이 이루어지는 기관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의미는 그것보다 훨씬 깊다.
성경에서 교회는 건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회는 하나님께 부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교회도 바로 이러한 의미였다. 예수님은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어떤 건물을 세우겠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세워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성경에서 교회는 단순한 종교 조직이 아니다.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 속에 들어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공동체는 새 언약 속에서 시작된 공동체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이후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더 이상 돌판에 기록된 율법만으로 사람을 이끄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게 하셨다. 예수님은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라고 말씀하셨다. 새 언약은 단순한 종교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의 마음에 자신의 뜻을 기록하시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성령을 통해 하나님은 사람의 삶 가운데 임재하시며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일으키신다. 그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기도가 시작되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시작된다. 이렇게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 속에 들어온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가 바로 교회이다.
그래서 교회는 단순히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다. 하나님을 향해 마음이 열리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 속에서 신앙은 혼자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삶의 길로 자라 가게 된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는 공동체 속에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세워 줄 수 있다. 그래서 교회는 개인적인 사교를 하는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가 된다.
성경은 이러한 공동체를 설명하면서 매우 인상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바로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뜻이다. 하나님을 향한 삶은 특별한 계층만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면서 놀라운 말씀을 전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 이 말씀은 하나님 나라가 단지 미래에만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시작되는 나라라는 뜻이다. 하나님을 향해 마음이 열리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시작될 때, 하나님 나라는 이미 그 삶 속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단순히 종교 활동을 하는 장소가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삶을 배우고 살아가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나님을 향해 살아가는 삶을 배우게 될 때,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는 법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면 성경의 이야기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경은 단순한 종교 규칙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시기 위해 어떤 길을 준비하셨는지를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창세기에서 시작된 약속은 십자가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고, 새 언약을 통해 사람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삶은 하나님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 속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단순한 종교 기관이 아니다.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며, 하나님 나라의 삶을 함께 배워 가는 공동체이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이 이야기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향해 어떤 마음으로 역사해 오셨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알아 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성경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성경은 단순한 종교 책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시려는 하나님의 이야기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교회는 성도이며, 성령은 교회와 함께 계시며 그 공동체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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