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성경을 읽다 보면 생소한 단어로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마음의 할례’라는 말이다.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구원의 핵심을 가리키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은 할례를 구약 시대 유대인의 종교 의식으로만 생각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백성으로서 육체의 할례를 받았고, 율법을 지키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성경은 그 외적인 신앙 행위 뒤에 숨겨진 더 깊은 문제를 반복해서 지적한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 하나님께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율법의 시대에도 이미 사람의 내면을 향해 말씀하셨다.
신명기에서는 "너희는 마음의 할례를 행하고 다시는 목을 곧게 하지 말라"(신 10:16)고 하셨고, 선지자 요엘은 "옷을 찢지 말고 너희 마음을 찢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오라"(욜 2:13)고 외쳤다.
이 말씀들은 단순히 감정적인 회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원하신 것은 외적인 종교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 하나님께로 돌이켜지는 변화였다. 하나님은 예배 형식이나 종교적 열심보다 먼저 사람의 중심을 보신다.
그러나 인간의 문제는 여기에서 드러난다. 사람은 율법을 들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 율법은 죄를 드러내지만 죄의 근원을 제거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율법과 언약은 반복해서 깨졌다. 문제는 율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다.
이 지점에서 성경은 새로운 약속을 말하기 시작한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하나님이 장차 이루실 언약을 이렇게 예언한다.
>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들의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렘 31:33)
이 말씀은 구약의 언약과는 전혀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더 이상 돌판에 율법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다스리지 않겠다고 선언하신다. 대신 사람의 마음 자체를 변화시키는 언약을 세우겠다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새 언약이다.
이 새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역사적으로 이루어졌다. 십자가는 단순히 대속의 희생으로만 설명되는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세우신 언약의 성취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심으로 인간의 죄를 담당하셨고,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길을 여셨다.
사도 바울은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매우 독특한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골로새서에서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 곧 "그리스도의 할례"를 말한다(골 2:11). 바울이 말하는 할례는 더 이상 육체의 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이루어지는 내면의 변화를 가리킨다.
이 사실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다.
새 언약은 단순한 마음의 변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할례로 이루어지는 마음의 할례이다. 하나님은 십자가에서 자신의 피로 인간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언약을 세우셨다. 예수께서 자기의 대속 때문에 피 흘리는 고난을 보시면서 자기의 마음의 내면이 자기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바꾸어지는 사건이다.
이것이 성경이 수없이 "너희 마음을 베라"고 외치는 마음의 할례이다.
십자가는 단순히 죄를 용서하는 사건이 아니다. 십자가는 인간의 마음의 주인이 바뀌는 사건이다. 내가 중심이던 삶에서 하나님이 중심이 되는 삶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여호와는 중심을 보신다"(삼상 16:7)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마음의 할례이다.
구원은 단순히 종교를 갖는 것이 아니다. 교회를 다니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구원은 인간의 중심이 하나님께로 돌이켜지고, 하나님의 통치가 마음 안에 시작되는 사건이다.
그래서 새 언약은 단순한 교리나 종교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통치가 인간의 마음 안에 이루어지는 언약이다.
성경의 긴 역사는 결국 이 한 가지를 향해 흐른다. 하나님이 인간의 마음을 얻으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새 언약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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