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대표적 교단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NCCK)가 비판을 받고 있다. 회원교단인 감리교와 예장통합측 평신도들의 교회협 탈퇴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유는 지난 4월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채택한 ‘한반도 평화조약안’을 둘러싼 불만 때문이다. 평화조약안에는 휴전체제 종식에 이은 종전선언 촉구, 관련국 합의에 따른 외국군 철수 등이 담겨 있다. 이는 북한의 미군 철수를 노린 전략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현재 교회협 회원교단은 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기하성, 복음교회, 구세군, 루터회, 한국정교회인데, 이 중 통합과 기감을 빼면 교회협의 유지가 어렵다. 교회협의 예산도 이 두 교단의 부담이 가장 크다. 그런데 교회협의 운영에는 이 두 교단 관계자들이 번번히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그러면서 기장이나 성공회 등의 ‘좌파’들이 교회협의 실행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 불만이 있을 만 하다.
그러나 교회협은 한국기독교의 대표적 교단연합단체이다. 70여년에 이르는 역사로 보나, 구심점으로 보나 교회협을 넘어설 대표성 있는 단체가 현재 한국교회에는 따로 없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교회협을 좌파 운동권이 장악해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감이나 통합측이 교회협을 탈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회협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교회협이 이런 비판을 받는 데는 통합측과 기감이 에큐메니칼 정신이 약화됨에 따라 교회협을 방치한 책임도 있다. 심지어 통합측은 지난번 총무선거 문제로 교회협 실행위 참여를 거부하고, 한때 교단부담금도 지불하지 않는 등 교회협을 홀대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교연과 교회협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통합측은 그 다리를 한데 모아 교회협으로 돌아가고, 교회협과 정체성이 잘 맞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는 기하성은 그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회협을 두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려 하는가. 이것은 결국 분열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