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담임목사의 사적 행위에 교회의 공적 비용 지출


한국교회의 왜곡된 민주주의와 사제주의의 혼란은 목사에 윤리적 문제까지도 야기 시켰다.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손에 쥔 목사들이 돈과 정치 등 세속적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함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백종국 교수(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는 최근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 주최로 열린 ‘종교개혁500주년기념심포지엄 “한국교회, 마르틴루터에게 길을 묻다”’에서 ‘한국교회 왜 민주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한국교회에 만연한 왜곡된 민주주의와 사제주의를 비난하고 나섰다.


담임목사에 집중된 과도한 재정권
백 교수는 우선 “한국 개신교에서 사제주의적 경향이 강해지고 목사의 독재권이 강화될수록 한국 개신교 내의 윤리적 혼란도 커진다”고 전제하며 “한국 개신교의 경우에는 재정적 부패, 성윤리의 타락, 목회세습 등이 대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담임목사는 교회 내 자신의 권력이 집중되며, 교회 재정에 대해서도 자의적 사용이 가능해졌다.

백 교수는 법이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공공의 재정을 어떤 개인이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재정적 부패’라면서 만일 어떤 교회의 정관이 담임목사의 자의적인 재정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면 이게 바로 ‘재정적 독재’라고 정의했다.

교회가 목사에게 사례비를 줘야 함은 당연하다. 특별히 성스러운 일을 감당하는 것에 대한 대가는 아니더라도 교회를 위해 목사가 전임으로 봉사한다면 교회는 그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사리에 합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백 교수는 한국 개신교 내 다수 교회의 재정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복음적 원칙조차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백 교수는 “모든 치리회의 장을 담임목사가 맡고 있고 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담임목사의 의도에 따르지 않는 재정의 출납은 허용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주님으로 부터의 계시’ 혹은 ‘목회 철학’을 빙자하여 교회가 감당하기 힘든 지출을 결정하곤 한다”면서 “재정의 규모가 크든 작든 담임목사에 대한 지출은 최대한 보장되고 그 항목도 분산되어 있어서 쉽게 분간하기 힘들 정도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담임목사에게 공식적으로 주는 사례 말고도 교통비, 도서비, 식비, 자녀교육비, 심지어 김장하는 비용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담임목사의 사적 행위들을 위해 공적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 외에도 규모가 큰 교회의 담임목사 일수록 ‘목회비’라는 일종의 판공비를 제공받게 되며, 수백억대 재정규모를 가진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들은 때로 수십억원을 영수증도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목사에 대한 견제 장치 부재
교계를 넘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목회자의 성 윤리 타락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한국교회의 성윤리 문제는 당장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내부의 각성 요구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큰 문제가 있다. 특히 수년 전 한국교회의 대표적 청년 목회자로 각광을 받던 한 목사의 충격적인 성추문 사건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윤리적 현주소를 되새기게끔 했다.

백 교수는 “어느 시대에나 성범죄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언급되는 범죄자들의 직업군으로 볼 때 아마도 목회자군은 매우 상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고 예측키도 했다.

경건과 금욕의 상징으로 성 윤리에 있어 그 어떤 직업군보다 철저해야 할 목회자들이 어째서 더 쉽게 타락의 길을 걷게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근본적 이유 역시 목회자의 독재권, 즉 왜곡된 민주주의와 사제주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백 교수는 성 윤리 문제의 원인을 목회자의 질적 하락, 음란문화의 범람, 사제주의적 권위에 대한 심리적 굴복 등 다양한 이유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목회자 개인의 성범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견제의 장치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최근에 발생한 목회자 성범죄 사건들을 보면 공평하고 정직한 처리 보다는 목회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속히 발동되는 집단이기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면서 “개별 교회들은 교세 약화를 두려워하여 은밀히 처리하기를 원하고 목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노회나 총회는 수수방관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교회의 왜곡된 민주주의와 사제주의는 단순히 목회자의 일탈 뿐 아니라, 성도들의 그릇된 교회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잘못된 문화에 젖어있는 성도들은 교회의 독재적 구조나, 목회자의 그릇된 행태에 반발하기보다는 오히려 동조하고 있으며, 그것이 교회이 안정과 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맹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도들의 그릇된 충성심은 목회세습에 아주 유익하게 이용된다.

백 교수는 “사제주의적 문화와 집단이기주의에 젖은 교인들이 목회세습에 동조하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다수의 한국교회에서 은퇴한 담임목사는 원로목사라는 직위로 교회운영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의 혈연적 유대가 있다면 교회운영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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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교회 왜 민주적이어야 하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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