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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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엘리야의 고고한 성품을 단숨에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갈멜산에서의 승부수”(왕상18장) 한 장면이면 족할 것이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머뭇거리고 있을 것입니까?    주님이 하나님이면 주님을 따르고, 바알이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십시오.”
엘리야는 확실하지 않거나 불투명한 현실 앞에서도, 멈추거나 다른 각도로 살펴보려 하지 않는, 오로지 사생결단하는 타입이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자기편인지를 확인하는 몸부림이기도 했기에,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았으리라. 그는 왕 앞에서도 예사로 파괴와 멸절을 예언하는가 하면, 온 백성이 굶어죽으리라는 막말 성 발언조차도 주저하지 않았다. 엘리야의 고독은 타고난 성향이거나 살다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운명적인 차원이 아니었다. 그에게 분명하게 책임 지워진 하나님의 뜻으로 그는 받아들였다. 
“너는 이곳에서 아내를 맞거나, 아들이나 딸을 낳거나, 하지 말아라. “(렘16: 8)
“너는 사람들이 함께 앉아서 먹고 마시는 잔칫집에도 들어가지 말아라!”(렘 16:8)
하나님으로부터 이런 명령을 들은 사람이 엘리야 말고 또 있을까. 그러니까  산속에 숨어있는 자신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주는 것은 까마귀였노라고 엘리야는 천연덕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왕상 17:4)  엘리야가 달리 유를 찾아보기 어렵도록 고독한 인간이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언제나 외톨이 이를테면 기인이었다. 그러다가도, 아니 그랬기 때문에, 그가 사람이나 사건을 재단할 때에는 더 없이 엄격한 인간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됨됨이가 그렇게 생겨먹은 엘리야가 예언자 집단의 리더로 행세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고.
호렙산, 바람이 지나가고 지진이 있은 후, 하나님이 조용한 목소리로 그에게 일러준 사명은 끝내 이루어 낼 수가 없었다. 왕을 설득하고 정치노선을 바꾸게 하는 엄청난 일은 산속에서 까마귀나 벗 삼는 기인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하나님도 후계자를 세우도록 암시했고, 엘리야 자신도 수락한다. 그의 결단은 자신의 역량을 헤아린 겸손이기도 했으리라. 이상주의자이긴 했어도, 엘리야는 하나님의 일차적인 요구가 무엇이었나에 집착해서 현실과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지 못 하는 위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도 받은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실천적인 후계자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 후계자가 자신을 빼닮은 인재여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결론을 두고 망설일 필요도 없었고. 그러니까 스승 엘리야와 제자 엘리사의 만남이 기질적으로나 삶의 자세에서는 아주 다른 인물끼리의 만남이 될 수밖에 없었음은 필연적 결과였던 것이다.  
엘리사는 엘리야를 만나기 전까지는 어떤 예언자 집단에도 속해있지 않은 농부였다. 자신은 예언자도 아니고 예언자의 자식도 아니라고 말한 아모스와도 같은 처지였다(암 7: 14).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준 사건은 엘리야의 기적들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안될 것이다.  
엘리야가 길을 가다가, 사밧의 아들 엘리사와 마주쳤을 때, 엘리사는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갈고 있었다. 엘리야가 엘리사의 곁으로 지나가면서, 자기의 외투를 그에게 던져 준다. 그러나 엘리사는 즉석에서 그를 따르기 보다는 엘리야를 떠나 겨릿소를 잡고, 소가 메던 멍에를 불살라서 그 고기를 삶고, 그것을 백성에게 주어서 먹게 하는 과정을 소화한다. 그런 다음에야 엘리사는 엘리야를 따라 그의 제자가 되는 여유를 보였다. 처음부터 그는 실천적인 인물이었다. 
한편 엘리야가 신분이 낮은 농부를 자기와 동등한 권위의 예언자로 탈바꿈해버린 것은, 자신의 예언자적 사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단이긴 했어도, 거기에는 엘리사가 농부였고 앞으로도 농부일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리사는 시종 실천적인 인간이었고, 민중의 현실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정치적 현실을 파악하려는 열성을 가진 인간이었기에.
일생을 세속을 벗어나 산에 있어야했고, 세상을 하직할 시점에서는 불 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스승 엘리야와는 달리, 엘리사는 일생을 농부로 땅에 발을 붙이고 지냈다. 그럼에도 예언자로서의 영광이 늘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의 예언은 엘리야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위엄이 있고 장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의 삶을 두고 현실적으로는 엘리야보다 훨씬 효능적이었다는 평가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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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와 엘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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