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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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공자가 제자 자로(子路)의 비파 소리를 듣고 말했다. “자로가 타는 비파가 너무 거치니 나의 제자가 타는 것 같지가 않구먼.”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이 더 이상 자로를 존중하지 않게 되었다.
공자가 다시 말했다. “자로는 이미 전당(殿堂)에 올라 있다. 다만 아직 내실(內室)에 들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너희는 자로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은데, 너희의 비파 소리는 미처 당(堂)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  
집 당(堂)자는 음부(音符)인 토(土)와 상(尙)으로 구성된 문자. 상(尙)은 방(房) 북쪽으로 트인 창에서 공기가 들어오는 八자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로, “크고 높은 뜻”, 혹은 “존경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그래서 당(堂)은 건물의 넓고 높은 토대(土臺)를 가리키는 글자이면서 더러는 건조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를 일컫지만, 천자가 거하는 궁정에서는 밝을 명(明)자를 더해서 명당(明堂)이라 일컫는다. 중국에서의 당(堂)은 곧 천자가 신이나 선조를 제사하고 제후를 만나거나 정무를 보는 곳이다. 
이에 대해서, 집 실(室)자는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에 음을 나타내는 지(至)로 구성된 글자이다. 지(至)자의 갑골문자는 화살을 맞은 모양을 나타내고 있어서, 깊숙이 박히거나 들어가 있는 모양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방(房)이나 거실(居室) 혹은 거처(居處)를 가리키는 글자로 풀이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실(室)은 당(堂)의 안쪽에 있는 거실이나 침실을 가리키는 글자로, 부인을 영실(令室) 혹은 내실(內室)이라 일컫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당에는 오르고(登), 실에는 들어간다(入)했다. 그러니까 공자의 말인 즉, 자로의 비파 솜씨는 노력해서 원리와 격식을 익힌다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굳이 비파를 타지 않고서도 서로 통할만큼의 깊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도 음미할 수 있다.
스승 공자가 그렇게 자로의 손을 들어 주긴 했지만, 자로는 강직한 성품을 지니고 있어서 지나칠 만큼 기운이 승한 나머지 겸양지덕이 부족한 편이었다. 공자는 그러한 자로를 타일러 겸손을 배우게 해주려고 해본 소리인데, 스승의 의도와는 달리 다른 제자들로 하여금 자로를 얕보게 하는 동기를 제공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승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자들은 자로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민망스러울 정도로 동료의 약점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현대인은 공자가 제자들의 비파 솜씨를 건물의 당(堂)과 실(室)의 관계에 비춘 고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들 있을까. 로봇과 인간의 바둑경기 이후 부쩍 자주 듣게 된 ‘알고리즘’을 들먹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마감하기 위해서, “평론가는 말꼬리에 붙어서 살아가는 파리 떼에 불과하다” 했다는 괴테의 어록 대신, 사도 바울의 ‘사랑찬가’의 결미부분을 받침 그릇으로 내놓고 싶어지는 것은, 스스로를 당(堂)이 아니라 실(室)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고 망상하는 교만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은 우리가 거울로 영상을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마는,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부분밖에 알지 못하지마는, 그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아신 것과 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고린도전서 13장 12절)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도박벽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아내의 결혼반지까지도 전당포에 잡혀버렸으니. 그래서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나를 용서해주오. 제발 내가 비열한 사내라고 욕하지는 말아주오. 당신이 보내준 돈은 모두 룰렛으로 날려버렸다오.”
그러나 아내 안나는 남편을 나무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가 <백치>를 집필하던 중 벽에 부딪치고 있을 때, 룰렛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며 도박을 권하기도 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은 후 문호는 도박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전한다.
견강부회(牽强附會)라 했던가. 풀이가 지나치게 비틀어진 것 같아 송구스럽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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