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어머니의 옷장
2016/04/28 15:4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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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옷장

 엄 원 용

어머니가 그러셨다
우리집 정원에 목련가지 자라듯이
옷장도 자라고, 싱크대도 자라고
신발장도 자꾸 자라나야
이제는 맨 꼭대기 넣어둔 신발을
꺼내기가 너무 어려워야

나도 어머니만큼 나이가 들었다.
정원의 목련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고
옷장도 자라고 싱크대도 자라고
신발장도 자꾸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맨 꼭대기에 넣어둔 신발은
까치발로 서야 겨우 꺼낼 수 있었다.

사람의 뼈는 태어나기 전 모태에서부터 형성되어 어른이 되어서까지 계속 영양공급을 받는다. 그러나 영양공급은 계속받지만 뼈가 계속해서 자라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 활동양이 줄어들고 영양의 불균형으로 뼈가 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약해진 뼈는 노화가 오면서 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키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래서 청소년기 때 키하고 나이가 들었을 때의 키가 다르다. 위 시에서 연로하신 어머니는 키가 많이 줄어 든듯하다. 그래서 옷장이나 싱크대, 신발장이 점점 자라듯 높아진다고 역설하고 있다.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면서 하신 말씀들을 연상기억해 내면서 화자는 문득 어머니의 위치에 서 있음을 느끼고 있다. 세월이 흘러 화자마저 그 어머니의 전철을 밟고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생리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하지만 그런 일을 겪는 연로하신 분들의 경우 인생의 씁쓸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제는 화자도 까치발로 서야 꼭대기 물건들을 내릴 수 있음을 통해 인생무상함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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