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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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로라 함은 전직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한 삼부요인 출신들과 그에 준하는 국가적 인물을 말한다. 그야말로 당대의 최고위직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그 명성 자체로 국민적 권위와 품격을 인정받은 자리요, 활동 당시의 정치적 성향과 개인적 성품에 상관없이 국가적 존경과 예우를 받은 국민적 인물을 말한다. 그런 그들은 더 이상 나아갈 공직은 없고 나아가서도 안된다. 전시와 같은 비상한 상황이 되어도 그들은 현직의 배후에 서서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며 국민적 단합을 초당적으로 이끌어내고 국력을 결집시키는 동인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마땅한 처신이요. 품격있고 권위있는 지도층의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는 이런 면에서 비교적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을 한갓 법무장관직에 지명하더니, 어제는 느닷없고 어이없이 전직 국회의장을 총리로 지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의장을 마치고도 물러나지 않고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더니 급기야 문재인 정부에서의 차기 국무총리로의 지명을 수락했다. 행정부를 엄중하게 견제하는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로서 들어가겠다는 그의 초라한 굴신이 가소로울 뿐이다. 또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문 대통령의 처지가 딱하고 어눌해 보인다. 오죽하면 이런 인사 밖에 할 수 없을까? 무능한 것인지, 고집스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삼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임을 보여주겠다는 시위인지 정말 알 수 없는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여당 대표를 지닌 추미애 의원의 법무장관 지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의 자존심을 현저히 짓밟는 무지막지한 처사인데 민주당의 침묵이 더 어색하다. 당과 청의 관계가 밀접하고 치밀한 것은 사실이나 엄연히 역할이 다르고 위상이 다른데, 총리급 당 대표가 장관급으로 급을 낮추겠다는 발상은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겠다. 자칭 자존심과 결백성을 무기로 하는 당이 이런 굴신에 벙어리가 된 의도를 모르겠지만 이는 더 이상 권위나 품격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집권 연장과 패거리 권세 독점의 소아적인 정치적 패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이 이 두 사건에 대하여 사람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단순히 국회수장이 총리가 되고, 당 대표가 장관으로 가는 웃기는 현상에 대한 냉소적 시선 때문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많은 의구심과 불안한 심리가 반영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집권 초기 백원우 전 의원이 재선 국회의원의 경력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청와대 비서관에 들어갔을 때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과 연관이 있다. 그 때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으나 지금와서 보니 그의 역할이 하도 엄청나서 이 정권의 허물이 모두 그로부터 시작되었을 수 있다는 불안한 예감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이런 연장선상에서 두 사람의 입각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불편함이 자리잡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개인적 역량이 뛰어나고 이 시점에 적합한 인물이라 하나, 이 사람들은 국정운영의 인재풀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원로는 원로답게 국정을 자문하고 흔들리는 민심을 붙잡고 불안한 사회적 경향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 이는 원로의 역할은 뛰어난 인재가 현장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국가 원로의 역할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원로들을 이런 식으로 모두 현직으로 차출하면 도대체 이 나라의 정신적 정치 지도자는 누구가 되고, 사회적 원로석에는 누가 앉아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은 미래나 사회 통합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위기 탈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결코 추미애 의원이나 정세균 의원을 개인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다. 두분 모두 탁월한 정치가로서 나름대로 정치적 지분을 가지고 있고, 원로 대접을 받을 만한 분들이다. 그렇기에 그들 스스로도 그런 요청을 대승적 차원에서, 현실적 차원에서, 미래적 차원에서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두 분이 이렇게 초라한 소인배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그 직을 받는 순간 국가원로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고 다시 오를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대타로 품격과 체면도 다 버리고 오직 자리와 자리를 주고받는 이 추한 거래에도 그 누구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 현실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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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총리, 당대표 장관이라! 소인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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