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와 가나의 혼인잔치
2020/08/03 10: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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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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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려면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잔치>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모나리자>는 너비 77cm에 높이 53cm에 불과한 데 비해, <가나의 결혼잔치>994cm의 너비에 높이가 677cm로 면적이 66평방미터나 되는 초대작. 루브르에 소장되어 있는 35천이나 되는 미술품 중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나리자>를 찾는 관람객은 연간 600만 하루에 2만 명꼴. 몰려드는 인파로 <모나리자>는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그러면 마주하고 있는 <가나의 결혼잔치>?

 

베네치아에 있는 성 조르지오 마조레 수도원의 식당 벽을 장식하고 있던 <가나의 결혼잔치>를 프랑스로 가져 온 것은 이탈리아를 침공한 나폴레옹. 그가 실각하자 빈 회담이 나서서 약 5천점의 약탈미술품과 함께 반환하게 하지만, 당시의 루브르 관장 드농이 억지를 부려서 유보된다. 그 대가로 <가나의 결혼잔치>가 전시되고 있는 전시실은 드농의 이름이 붙여졌단다.

물로 포도주를 만든 예수의 기적을 주제로 하고 있는 <가나의 혼인잔치>를 살펴보자. 등장인물 130명이 넓은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자 모양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는 초대 손님들, 시중드는 무리들과 연주자들에 더해서 유별난 차림을 한 연기자들, 그리고 그 뒤편 다락에서는 요리사들과 시종들의 분주한 모습이 코린트식 돌기둥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한 마디로 가나의 잔치가 아니라 베네치아의 잔치이다. 16세기 중반 베네치아의 귀족들이 즐겼던 호화판 잔치 말이다. 이미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해상지배력을 상실해가던 당시인지라, 베네치아 상인들의 모험심은 점차 사라지 고 있는 데 반해서 부유층이 누리는 사치와 열락은 더해가기만 했다. 화폭을 꾸미고 있는 산해진미는 거의가 수입품이어서 그들의 권력을 과시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어 주었으리라.

걸치고 있는 의상들과 장식들은 값진 것들뿐이다. 그림 오른 쪽 아래쯤에 앉아 있는 사나이의 의자를 보라, 마치 정밀한 조각품 같지 않는가. 미술품을 방불케 하는 돌로 다듬은 술독은 예수가 물로 채우라고 했던 술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락 선반에 즐비한 은 식기들 그리고 크리스털 잔들도 그렇다. 왕후귀족들과 성직자들 앞에 놓여 있는 냅킨과 포크들은 당시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일반화하지 않은 것들이고 보면 이 작품에서 화가가 그리려하고 있는 것, 아니 그림의 주인공들이 화가에게 그리도록 요구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만 하지 않는가.

그림 중앙 아래쪽에는 악단이 자리한다. 위쪽 발코니에도 한 사나이가 류트를 연주하며 노래 부른다. 그 맞은편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흰 꽃을 아래로 던지고 있다. 식탁에 앉은 사나이들이 손을 내밀어 꽃을 잡으려 한다.

짐승들도 등장한다. 개가 있고, 고양이가 있다. 어깨에 앵무새를 올려놓은 재주꾼은 머리에 더반을 감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 불러왔을 터. 악단 뒤편에 보이는 어릿광대는 출연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 그림은 세속화가 아니다. 명색이 종교화가 아니던가. 베네치아의 성 조르지 마조레 수도원의 식당 벽을 채우기 위한, 그것도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을 주제로 한 교회미술이 아니던가.

 

예수와 마리아를 빠뜨릴 수는 없었을 터. 앉아 있는 위치와 의상에서 주인공 예수의 모습을 더듬을 수 있다. 가운데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예수의 의상은 희생을 상징하는 붉은 빛과 하늘나라를 상징하는 푸른색으로 그려져 있고 머리에는 후광이 비치고 있다. 이 기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마리아는 머리에 검은 베일을 쓰고 있고.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가 베네치아에 오다니 그것도 호화판 잔치 자리에하고 푸념한다면, 화가와 그림을 주문한 수도회는 무어라 말할까. 그 정도의 기적은 일어날 수도 있지 않느냐하고 도리어 나무랄 지도 모른다. 잔칫집에 포도주가 동이 났다고 귀띔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소원대로 여섯 개의 돌 항아리에 가득 채운 물이 모두 포도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었느냐하고 핀잔을 줄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그림 오른 편에서 허리에 오른 손을 대고 왼손으로 잔을 들고 있는 사나이가 포도주가 진짜인지를 감식하고 있지 않는가.

 

당시의 성 조르지오 마조레 수도원의 내막을 알게 되면 의문이 풀릴 지도 모른다. 수도사로 변신한 상류층 인사들의 지참금으로 초호화판 노인 홈을 꾸미고 있었다는 데야.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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