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 한국전쟁의 발발과 독일 개신교회의 재무장 논쟁
2022/02/04 10: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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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강사)

재무장 지지측 가톨릭과 반대측 개신교 사이에 심한 분열 드러내

EKD “기독교가 적대감을 조장하고 전쟁 준비에 선전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명확한 반대

 

본고는 강혁 박사의 독일 튀빙엔대학 교회사 박사학위 논문으로, 지난 11일 서울 소망교회에서 개최된 제150차 한국교회사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제1회 소망교회 후원 '연구지원 공모전'에서 우수논문으로 수상한 논문이다. <편집자 주>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현실 안에서, ‘교회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 동일한 질문이 1950년 봄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된 독일개신교회’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EKD)에서 제기되었다. 이 질문은 곧바로 발발한 한국전쟁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을 놓고,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회적 책무정치적 여론사이에서 격렬한 논쟁들을 일으켰다. 이 논쟁들이 1950년 가을 EKD서독 재무장논쟁에서 구체화 되었다. 본 연구는 1950년 서독 사회 안에서 한국전쟁 발발의 영향을 추적하고, 특히 서독 개신교가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정당하게 수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검토한다.

 

한국전쟁발발과 서독의 여론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은 전 세계를 크게 뒤흔들었다. 1950625일 일요일 한국에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은 서독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서독 국민들 사이에 큰 공포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냉전 시기 한국전쟁과 서독의 안보정책을 연구한 마이(Gunther Mai)는 여론을 빌어 당시의 충격에 대해 한국전쟁은 서방을 마치 번개처럼 강타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증언했다. 서독의 많은 신문들이 1945년 이후 분단국가인 한국과 독일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동독과 서독에서 한국전쟁 발발 후 첫 몇 주 동안 생필품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다. 또한 베를린의 아이들은 한국, 한국, 전쟁이 다가오네.(Korea, Korea, der Krieg kommt immer nher.)”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이는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공포를 담고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서독의 안보 정책

독일연방정부의 첫 반응 역시 서독의 안보에 대한 우려였다. 당시 아데나워 총리는 소련이 한국에서처럼 분단된 독일에서도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공공연히 언급했다. 1950811, 윈스턴 처칠은 유럽 평의회자문회의에서 유럽국방장관을 사령관으로 독일군이 참여하는 유럽군대의 구성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세계대전 이후 해체되었던 독일군의 재건과 무장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었다. 서독 총리 아데나워는 한국전쟁 발발을 기회로 독일군을 재건하여 자국의 안보를 자신들의 손으로 지키고, 이로서 서독이 패전국의 굴레를 벗고 서유럽 공동체의 일원으로 완전한 주권을 회복하길 원했다. 그는 9월 초, 뉴욕에서 열린 미국, 영국, 프랑스 외무장관 회의에, 자신의 서독 재무장정책을 담은 서독의 안보에 관한 건의서를 비밀리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내각 안에 큰 논란이 일어났다. 총리의 독단적인 결정에 반대하여 내무장관 하이네만은 공개적으로 사임을 선언했다. 총리 아데나워와 내무장관 하이네만의 갈등은 개신교 교회 내부의 재무장 논쟁의 여론에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다. 나치에 대항한 고백교회의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하이네만은 당시 EKD총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고, 내각 안에서 개신교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다. 독일 가톨릭교회의 지지를 받는 총리 아데나워와 독일 개신교를 대표하는 하이네만의 갈등은 단순히 정치적 갈등을 넘어 사회적, 종교적 갈등으로 발화될 가능성도 안고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과 서독의 재무장을 둘러싼 EKD 안에서의 반응과 논쟁

한국전쟁의 발발과 그로 인한 서독의 안보논쟁은 EKD에 있어서 1948년 창설 이후 꾸준히 강조되었던 교회의 평화의지에 대한 실질적인 시험과 같았다. EKD 내부에도 두 가지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한쪽은 안보상의 이유로 서독이 재무장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룹이었다. 서독의 재무장이 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확신한 개신교 주요 인사로는 EKD의 회장이자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주교회의 감독이었던 오토 디벨리우스 (Otto Dibelius) 목사가 있다. 그는 BBC라디오 연설에서 한국전쟁 발발 이후 독일의 안보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독일은 강대국들의 계획에 무력하게 노출되어, 유럽에서의 새로운 전쟁의 주요 전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단 디벨리우스 감독뿐 아니라 한국전쟁이라는 특수성 아래서 EKD의 다수의 회원들이 서독의 재무장을 통한 안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EKD의 주요 인사들의 상당수는 니뮐러 목사의 주장을 지지했다. 헬무트 골비쳐(Helmut Gollwitzer)강대국들이 독일을 대표 하지도 않고, 독일이 그들과 무조건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다고 주장하며, 서구 강대국들의 일방적인 논리에 서독이 휩쓸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기독교인들에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갈등은 의미가 없으므로, 기독교인들은 화해의 사람들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많은 이들이 EKD위원회가 이와 같은 교회 내의 분쟁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에센의 교회의 날 행사에 모인 EKD위원회는 한국전쟁에 직접 관여한 UN에 평화를 호소하고, 독일의 재무장 문제에 대해 교회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먼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가 주 예수 그리스도께 있으며, 주님께서 그의 백성들과 연대하고 계심을 선포했다. 또한 두려움은 불신앙이며, 전쟁의 위험을 더 가까이 가져 올 뿐이므로 극동의 전쟁 소식에 흔들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둘째로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한 나라에 강대국들이 임의로 경계를 긋는 것만큼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독일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전쟁과 폭력 그리고 분열을 종식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는 정치세력들 간의 평화 약속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지켜질 수 있는 지에 달려 있으며, 각 나라들은 질서와 평화를 훼손하려는 자들에게 맞서 적절한 경찰 보호가 필요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한 양심 안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표현은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UN의 경찰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계속해서 EKD는 독일의 재무장과 관련하여 서방의 입장도, 동구권의 입장도 지지할 수 없으며, 절망적인 군비 경쟁을 끝내고, 정치적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강대국들에게 계속해서 호소하는 것이 교회의 의무라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무기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해치지 않을 자유가 주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이 성명은 다음의 단락으로 EKD의 모든 회원 교회들와 신자들에게 권면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평화를 상징하며, 교회는 기독교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평화를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세계의 어떤 강대국도 자국민의 단호한 내부 방어에 부딪친다면 감히 평화를 가볍게 깨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거짓 선전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증오의 영으로 몰아넣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맞서고, 전쟁 선동이나 두려움에 의한 정신 불안에 빠지지 않는 데 달려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특히 심하게 분열된 민족들에게 해당됩니다. 독일 형제자매 여러분, 철의 장막 너머에 대해서도 서로에 대해 좋은 말을 하십시오! 서로를 신뢰하고 교제를 유지하십시오! 독일인이 독일인을 쏴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정직하게 평화를 구하는 곳에서 하나님은 그의 축복을 보류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에게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손을 높이 들어 올립니다. 주 하나님, 우리 땅에 평화를 주소서! 이 모든 고통 받는 세상에 평화를 주소서!”

195010월 초가 되자 EKD 내부의 재무장 반대운동은 더욱 강력해졌다. 니뮐러목사와 고백교회 대표자들은 1950104, 서독의 재무장을 옹호하는 아데나워 총리의 정치적 행보에 반대하는 두 개의 공개서한과 성명을 공포했다. 아데나워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니뮐러는 개신교 교인들은 어떤 재무장 정책에도 실질적으로 반대하며, 서독의 기본법이 그들에게 이 권리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재무장이 전쟁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이 정책은 연방 영토 안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이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기본법의 규정으로 인해 이러한 설문조사가 국민투표로 실시될 수 없다면, 내각에 대한 새로운 신임투표를 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개신교 안팎에서 니뮐러의 입장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터져 나왔고, EKD와 주교회들의 여러 위원회와 기관들이 이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서독의 언론들도 이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뤘다.

이러한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EKD가 동서독 독일인들에게 공통으로 호소하는 내용이 있었다. 첫째는 안보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가 같은 민족 안에서 증오와 적개심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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