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2020/06/12 12: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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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교수/(ku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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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잘못된 것인가? 6.25전쟁의 교훈과 아직도 전쟁의 참혹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살아있고, 그들보다 압도적인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쩔쩔매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달라는 것에 덤을 더 얹어 주고도 자기들 뜻과 맞지 않으면 참으로 듣기 민망한 막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데도, 여전히 굽신거리는 우리 정부의 처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어차피 친북 좌파 정권이라고 규정받으면서도 오직 북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정부는 그렇다치자.

그런데 이런 굴욕적 사황에서도 국민적 자존심은 고사하고 오히려 북한을 역성들며 우리 내부를 공격하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지금 북한이 구사하는 용어가 시정잡배나 불량배들의 극단적인 용어들이지 어디 외교적이거나 정치적인 표현이 있는가? 이런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에도 웃고 있는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탈북자들은 사선을 넘어온 투사들이다. 이유야 어떠하든 그들은 북한의 실상을 외부에 알렸고, 외부의 사정을 북한에 알리려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모진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이 땅의 언론과 의사 표현의 헌법적 자유가 북한 김여정의 한마디에 모두 고개 조아려야 하는 이 비참한 모습에도 민주주의적 분노가 없는 이 상황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자유는 그 자유에 걸맞는 희생을 담보로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6.25전쟁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얻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이 이런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면 향후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 치러야할 또 다른 대가가 있다. 북한의 망동에 대한 정부의 무기력 무능력한 대처는 국민으로 하여금 새로운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필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이 갖는 의미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군사합의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북한정권유지를 보장해 주겠다는 우리의 성의요 나름의 조치인데 이것을 들고나와 협박하는 이 행태를 바라보면 그 저의를 따지기 이전에 남북의 기본 틀을 다시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4일 김여정은 담화에서 '인간추물' '똥개' '쓰레기'라는, 도저히 정치 지도자가 쓸 수 없는 용어들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으며, 대남보복조치로 개성공단 완전철거,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다음날 5일에는 통전부가 남한이 몹시 피로해 할 일을 준비하고 시달리게 해주겠다고 위협하며 그 첫 순서로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협에 기겁을 한 남한 정부와 청와대는 반응이 없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도 생각해보면 개성공단을 완전철거하면 누가 손해인가? 우리 기업의 손해는 입을 대로 입었고 나름대로 극복했다. 남북군사합의가 폐기되면 우리의 군사적 대응에 맞설 여력이 있는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우리에게 그리 실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토록 기고만장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그 동안 남북관계 업적으로 알린 내용들이다. 즉 북한이 터 잡은 것은 이 정권이 치적으로 홍보한 것들을 그들 말대로 죽탕쳐버리겠다는 위협으로 우리 정부의 멱살을 제대로 잡아보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부와 청와대는 진퇴양란에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청와대가 과감한 결단을 한다면 업적은 업적대로 인정받고,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줌으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버리면 얻는다. 최후에는 북한을 버릴 각오로 이것들을 먼저 버릴 수 있다는 결단을 갖는 순간, 정부는 그토록 원하던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렇지 않는 한 우리 정부는 불량배에게 소위 삥을 뜯기는 돈 많은 얼치기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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