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사랑은 서로 하는 것


톨스토이는 그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아래와 같은 천사 미카엘의 대사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하 나님은 사람이 떨어져서 사는 것을 바라지 않으시며, 그리하여 저마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드러내지 않으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살기를 원하시며, 그리하여 각각의 사람들에게 모두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드러내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들이 자신을 위한 걱정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이 사랑에 의해서만 산다는 것을 이제 이해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 단편에서 주인공 구두장이 '시몬'은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농가에서 구두수선을 하며 사는 가난뱅이다. 양가죽 외투를 사기 위해 마을사람에게 빌려준 5루블 20코페이니까를 받으러 농부의 오두막을 방문했지만 허탕을 친다. 울화가 치민 '시몬'은 보드카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벌거벗은 채 교회에 기대어 앉은 거지 청년 '미카엘'을 발견한다. 구두수선공 ‘시몬’은 그 청년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고 갈 곳 없는 그를 집으로 데려와 저녁식사를 대접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아 지상에 떨어진 '미카엘'은 하나님으로부터 ‘세 가지 진리, 즉 사람에게 무엇이 있고,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으며,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배워야 한다는 명령을 받고 땅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시몬’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미카엘'에게 인간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배고픔과 추위를 체험하도록 하심으로 생명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첫 번째 교훈은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하 나님께서는 ‘미카엘’에게 1년 동안 변하지도 않고 꿰맨 데가 터지지도 않는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부자 신사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셨다. 인간은 한 시간 후에 일어날 일조차 예견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 과학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다. 물질적 탐욕을 채우기 위해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채우고 있으며, 유전자 복제를 통해 인간복제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가져다 주는 끔직한 결과에 대해서는 그저 근거 없는 낙관론만 있을 뿐이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다. 따라서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겸손함을 잃는 순간, 신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인류의 종말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나님께서는 ‘미카엘’에게 부모를 잃고 죽을 수밖에 없다고 자신이 판단했던 쌍둥이 자매와의 6년만의 재회를 통해 ‘사랑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그리고 ‘불완전한 인간’이, 결국 ‘사랑으로밖에 살 수 없음’을 깨닫게 하셨다.
사랑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둘이 하나가 되어 하는 것이다. 서로가 두 발처럼 의지하고, 두 손처럼 대접하고, 두 눈처럼 바로 보고, 두 귀처럼 이해하고 들으며, 아래턱과 위턱처럼 먹은 것을 서로 나누며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사람은 불완전하고도 유한한 존재로 생존을 위해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창조되었기에 서로 사랑해야 한다.
서로의 만남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서로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꽃이다. 사랑은 샘에 맑은 물이 고이듯 서로의 마음에 고여 오는 그리움으로 가슴을 적시고 내 몸이 사랑의 삶을 살게 한다. 무엇을 필요로 해서 사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소박한 삶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 하는 것이기에 사랑하면 서로를 닮아 서로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이다.
사 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것은 내 마음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산다는 것은 서로 더불어 사는 관계인 것이지 내 마음의 의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누구를 위해 살 것인가를 성찰하며 살아야 한다. 사람은 본래 무일푼으로 이 세상에 와서 아무것도 없이 떠날 뿐이다. 소유는 잠시 맡아 가지고 있는 것이며,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무소유의 참 의미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삶은 다만 물질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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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서로 하는 것 - 배성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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