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황금전설>에서 퍼 담아 본 유다의 모습


중세 가톨릭은 “유다의 자살”이라는 주제를 이용해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전의 전승들을 “자살”로 내몰고자 안간힘을 썼다. <황금전설>속에 나타나는 유다의 이야기에서는 그런 노력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단순한 “구전전설”이기보다는 십자군원정을 겪은 그리스도교회가 “전(前)그리스도교적” 생각과 의식들을 <자살>로 몰아넣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편집한 전설들이었기에. 
<황금전설>에서 읽을 수 있는 유다의 이야기들을 다듬어 본다. 
유다는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유대인 부부 르우벤(Reuben)과 시보레(Cyboree)에게서 태어난다. 시보레가 자신이 유대민족을 멸망케 할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 꿈을 꾸자, 곧 남편에게 사실을 알린다. 르우벤은 그 꿈이 악령의 장난이기 때문에 마음에 둘 필요가 없다면서 아내를 달래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시보레는 겁을 먹고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바다에 흘려보냈다.
바구니는 물결을 따라 스카리옷(Scarioth)섬에 닿는데, 마침 아이가 없는 그 섬의 왕비가 아기 유다를 발견하고는 자신이 낳았다고 소문을 퍼뜨렸고, 유다는 왕좌를 이어받을 왕자로 자라게 된다. 얼마 후, 왕비가 왕의 아이를 낳게 되어, 둘은 형제로 성장하게 되는데, 유다에게 태생적인 난폭성이 드러나면서 아우를 때리고 학대하는 일이 잦았다. 참다못한 왕비가 유다 출생의 비밀을 퍼뜨리자, 화가 치민 유다는 아우를 살해하고 배를 저어 도망친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유다는 빌라도 총독궁을 찾아가는데, 왕자로 양육 받은 유다는 흠쾌한 영접을 받는다. 어느 날 이웃 정원 과수에 열린 열매를 탐한 유다가 그 열매를 훔치다가 주인에게 들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그 정원이 유다 자신의 친아버지 르우벤의 정원인 것을 알 리 없는 유다가 다투던 끝에 친아비를 죽이게 된다. 르우벤이 급사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 빌라도가 상속자가 없는 그의 토지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그것은 양아들 유다로 하여금 르우벤의 미망인과 혼인하게 하는 술책으로 들어나게 된다. 
언제나 우울한 모습인 시보레로 부터 그런 사유를 듣게 된 유다는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근친상간의 죄를 범한 자임을 알고 고민에 빠진다. 어미이자 아내인 시보레의 권유를 따라, 자비와 용서를 구하기 위해 예수를 찾아간 유다는 예수의 유능한 제자가 되어 돈주머니를 맡게 된다. 그러나 타고난 사악함이 다시 나타나서 은화 30량을 받고 스승을 유대인에게 팔아버린다. 그 후 뉘우치고 돈을 돌려주고서는 스스로 목을 매었다는 것이 <황금전설>판 유다 스토리의 대강이다. 이 전설의 일부가 유대교의 경전 <구약>의 자료들로 꾸며진 것이란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버려진 유다가 왕자로 자랐다는 대목은 모세의 탄생과 성장이야기에서, 아우를 죽인 사건은 카인이 아벨을 죽인 이야기에서 얻어온 것.
게다가 친아비를 죽이고 친모와 혼인한다는 주제는 <오이디푸스 신화>에 있는 이야기. 이렇게 그리스 세계에서 빌려온 이야기와 유대전승에서 가져온 이야기들을 섞어가며 제법 그럴듯한 잡탕을 끓여낸 것이다. 또 과일을 훔치려했던 정원은, 그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만, <오이디푸스 신화>에 등장하는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의 이야기와 잘 어울리고 있다.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한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절망한 나머지 자신의 눈을 뽑고 장님이 되어 방랑하다가 아테네 왕의 도움으로 크로노스 숲에서 최후를 맞는다. (소포클레스: <크로노스의 오이디푸스>) 크로노스는 여신들이 사는 거룩한 숲. 그곳에 묻힌 오이디푸스는 그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 된다. 그래서 오이디푸스는 구원받지만, 유다의 자살은 하나님의 징벌이기에, 유다가 자살한 그 땅은 아켈다마(Akeldama,피밭), 저주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유다의 어미 시보레가 꾼 꿈과 성모 마리아의 “수태고지”도 비교꺼리가 된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꿈을 믿고 받아들이지만, 시보레의 남편 르우벤은 악마의 짓이라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들이 유대인 스스로를 멸망케 하는 자료가 되어주도록 다듬어지는 것이었다. 
< 황금전설>의 의도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복음서>의 틀을 벗어난 ‘전 그리스도교적 전설’들을 유다에게 뒤집어씌우면서도 구원이 아니라 자살로 몰아감으로 그런 정서를 없애버리려 했고, 유일하게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 뽐내는 유대인의 콧대를 꺾어놓기에 안성맞춤인 작전이기도 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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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전설'에서 퍼 담아 본 유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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