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당신은 아시잖아요

 배 상 호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당신은 아시잖아요
철없이 덤벙대며
좌우를 살피지 않고 떠돌아다녀도
내가 당신을  믿고 의지하는 줄
당신은 아시잖아요
어느날 내가 바라본 세상은
내 것이 가장 귀하고
내 것이 가장 커 보이고
내 것이 가장 높다고 외치고 다녀도
당신은 아시잖아요
땅에 뒹구는 티끌만도 못한 존재였음을
넓고 넓은 우주의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깨달았어요
내가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는 줄
오직 당신만이 아시잖아요
내가 시장기가 들고
당신의 품속을 떠나 방황을 할 때도
당신은 나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시고
따뜻한 음성으로 불러주신 그 은혜
천년이 가도 만년이 가도
잊을 수가 없을 거예요
당신은 아시잖아요
나의 부족하고 연약함을---

우주의 연속적 시간 가운데, 수많은 허위적 자아를 만나게 된다. 시인은 그의 實存의 나약함을 묻게 된다. 바리새인의 기도가 아닌 죄인의 기도하는 모습이다. 한량없는 하나님 은혜에 무릎 꿇고 고백성사를 드린다.
내가...
내가...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 자문자답의 어리석은 물음, 내가 나를 모르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만물을 창조하시고 심히 기뻐하시던 하나님, 그리고  그의 기쁨의 대상이 되었던 인간이었지만 아담의 불순종과 죄성(sinful nature)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아담의 후예에게 다시 새 생명의 은총을 허락하신 한량없는 은혜에 부끄러워도 ‘다 아시잖아요’ 이 모습 이대로 엎드리게 된다.
어떤 요란스런 레토릭도 배제한 순연한 시인의 기도문임에 감명을 더 하게 되지않는가, 그런데 나를 구원 하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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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당신은 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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