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이었다. 그에 즈음하여 열린 공개 기자회견에서 보인 문 대통령의 인식은 누구 말대로 무지무능을 넘어 무서웠다. 어쩌면 저렇게 태연하고 태평할 수가 있을까? 왜 청년들이 유령같은 코인에 미쳐가는가? 왜 국민들은 좌, 우를 언표하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 갈라져 싸우는가? 어쩌다가 울분을 풀어줄 속죄양을 찾고, 어쩌다가 미움과 시기와 질투가 삶의 방법이 되었는가? 그런데도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고 한가롭다. 지난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경험하고도 여전히 그러하다면 결국 그에게는 답이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무능하고 흠결투성이의 장관후보라도 결국 모두 장관이 되고 말았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거수기 여당의원, 면피 야당 의원의 공방으로 무력한 역할과 무가치한 결론에 머물렀다. 이에 대하여 무엇인가 국민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그 동안 정부는 공정한 공권력의 집행을 위한 통념적 절차와 무언의 약속들을 거침없이 파기해 왔다. 최근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최고위 검사답지 않는 이 지검장의 처신도 문제지만, 그런 그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하고, 추천 명단에서 빠짐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혹은 대검차장으로의 승진 등이 예단되는 이 비극적인 현실에 국민들은 좌절한다.
만일 그가 유임 혹은 승진하면 그는 형사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현직 고위간부가 된다. 어찌 이 사람뿐인가? 이 정부는 온통 피의자 집합소 같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김학의씨 불법 출금 관련 피의자로 소환 조사받았고, 박범계 법무장관은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다. 이용구 법무차관도 택시 기사 폭행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이다. 차기 검찰총장에 지명된 김오수 후보도 불법 출금 관련으로 검찰에서 서면 조사를 받았다.
검사의 인사 기준 가운데 하나가 기소된 검사는 수사 부서로 갈 수 없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나 친 정권 인사들은 이런 것에 아랑곳없이 영전하거나 핵심부서로 이동했다. 채널A 사건 관련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김학의씨 불법 출금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도 인사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급기야 10일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첫 재판은 점입가경이다. 이날 검찰은 법정에서 ‘부정선거’ 혐의를 공개했다. 이미 공개된 공소장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35번 언급되었다. 이날 재판엔 송철호 시장과 황 의원, 청와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이진석 상황실장 등 정권 핵심 인사 15명이 모두 출석했다고 한다. 정권의 권력 핵심에 있으면서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공약을 짜주고 경찰력으로 야당의 선거를 방해한 혐의가 그들이 법정에 선 죄목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러면 되는가?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인간적이며 공정과 절차와 정의를 자신들의 가치로 내세운 정부가 이렇게 법과 질서와 절차와 민심을 잔인하게 짓밟고 보편적 가치를 무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가? 그렇다고 국민의 삶의 질이라도 높아졌는가? 행복의 척도가 고양되었는가?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많아졌는가? 품격있는 외교를 통해 국격이 높아지기를 했는가? 남북관계에서 이해할만한 성과가 있었는가? 아무 것도 못해낸 무능한 정부가 민주와 가치와 원칙마져 몽땅 무너뜨리고도 취임 4주년의 대통령의 표정과 말이 무성의하고 무지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