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인신’의 신앙
“도성인신(道成人身)의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 구원의 아버지 하나님으로 계시하신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증거하고 고백하는 땅의 몸으로 실행하는데 신앙의 자리가 있음을 알게 한다.성서가 증거하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결코 하나님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결단하고, 그 결단 안에서 신앙의 삶을 사는 것이다.
오늘날의 많은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특정한 교리나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원칙을 전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어떻게 하면 축복을 받는가 하는 기복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계시를 있는 그대로 진술(description)하는 것을 일생의 과제로 삼은 신학자 칼 바르트가 주는 교훈은 대단히 진지하고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바르트 신학이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대를 인도하는 예언자적 신학이란 점이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여호와께서 말씀하신다”는 확신 속에서 그 시대에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던 것처럼, 바르트 역시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대를 분별하고 인도하여 갔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향해 열려 있었기 때문에 200년 자유주의 신학의 무거운 전통을 돌파할 수 있었고, 독일 전체가 히틀러를 추종할 때 ‘아니요’라고 외칠 수 있었고, 또한 일생 동안 그 어떤 신학적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신앙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살아간 사람으로서 이제 그는 신앙의 삶과 신학 전체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시대를 분별하는 예언자적인 믿음을 가지고 믿음의 경주를 아름답게 달려갈 것을 촉구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성서에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육화(肉化)된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道成人身).
신학자 ‘디트리히 본 회퍼’는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는 “낮은 자리로 임하여 화육하신 예수, 고통과 비애를 한 몸에 안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죽음의 우상화를 무력화 하신 예수 그릭스도를 바라보라”하심에 주목하게 한다. 이 말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도성인신(道成人身)” 하는 뜻을 알게 한다.
사회윤리의 주요 주제로 위임론, 저항권, 인권으로 보면서 노동, 가정, 정부, 교회의 위임을 사회적 현실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의 구체적 영역으로 보았다.
본 회퍼가 강조한 것은 현실, 세상, 삶에서 유리된 교리적 신앙을 극복하고, 세상을 긍정하고, 세상과 인간을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복종에로 부르고, 신앙이 현실 속에서 봉사자로서 살아야 하는 ‘섬기는 종’ ‘고난 받는 종’ 그리스도의 모습으로서의 새로운 그리스도교의 삶의 형태를 요구한다.
본 회퍼에게 있어서 신앙이란 타자를 위해 사신 그리스도의 존재에 참여하는 새 삶인 것이다. 신앙을 죽기까지 삶을 긍정하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참여하고, 하나님이 세상에서 겪으신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인식한 본 회퍼는 실천적 삶으로 윤리를 형식이 아닌 삶의 현실로서 그 구체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통하여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이다.
성서의 메시지에는 위대한 인물들의 신앙체험과 하나님의 영의 도움을 받은 성서 기자들의 깊은 반성과 통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서를 대할 때 우리는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가를 밝히는 일에만 집착하지 말고, 거기 실린 이야기와 사건들 안에서 하나님께서 개인과 인류 전체를 두고 무슨 말씀을 들려주려 하시는지 깨닫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성서는 역사나 과학교과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누구신지, 인간이 누구인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세상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밝혀주는 책인 것이다.
그렇다면 복음서는 어떨까?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초대교회 사도들의 말씀과 행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약성서 저자들도 구약성서 저자들처럼 모두가 다 목격증인들만은 아니다.
구약성서에 비해 신약성서는 상대적으로 목격증언을 더 많이 담고 있다. 후대의 복음서 저자들 자신이 입수한 예수님의 행적담과 어록에는 분명한 목격증언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고, 더구나 바울 사도의 친저 서간은 의심할 여지없이 초대교회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만 여기서 이 증언들을 놓고도 그 목적이 결코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만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