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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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회 권사님이 집안에 문제가 생겨 점집을 다녀왔다. 그 집 대학생 딸이 ‘엄마는 교회의 권사이면서 왜 점 치러다니냐’고 힐난했다. 이 소리를 들은 권사왈, ‘야 이년아, 조용히 해라. 하나님 들을라’라고 했다. 이 말은 한국 기독교인의 기복주의적 신앙의식을 꼬집으려는 조크일 것이다. 그러나 이 한 마디 조크 속에 한국교회 교인들의 신앙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평소에 점집을 찾는 손님 중에 약 30%가 기독교인이거나, 이전에 교회에 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기독교인이라도 집안의 대소사가 생기면 교회가 가르치는 ‘기도’만으로는 어딘가 불안하여 점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점집을 찾은 교회 권사에 대한 또 다른 버전도 있다. 일찌기 남편을 잃고 아들 하나와 같이 사는 그 권사는 어느날 주일예배가 끝난 후 목사님을 상담했다. “목사님, 우리 아들 아시죠. 그 애가 사업을 한다며 그동안 돈을 많이 썼어요. 이제 살고 있는 집 전세가 전부인데, 이번에 마지막으로 또 한번 더 사업을 해보겠다고 저러는데 어떤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겠는지 목사님이 하나님께 좀 알아봐 주세요”라고 했다. 난감한 목사님이 한참 머뭇거리다가 “기도해 봅시다. 주일 잘 지킬 수 있는 사업을 하면 좋지 않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그 권사는 성경가방을 든 채 평소에 지나다니면서 보아 둔 하얀 깃발 달린 집을 찾아갔다. 복채를 올리자 그 점쟁이는 단번에 속시원한 점괘를 내 주었다. 당신이 사는 집에서 북쪽으로 나무 목(木)자 성을 가진 사람의 가게를 얻어 물장사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가게를 찾아 헤맨 끝에 과연 임(林)씨 성을 가진 사람의 가게를 얻어 물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기도’와 ‘점괘’는 다르다. 기도는 그것이 이루어질 때 응답된 것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응답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도는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내 기도의 내용이 합당해야 응답되는 것이다. 만약 내가 하는 기도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오히려 나를 해(害)하는 것이 돨 수도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기도는 오로지 선하신 하나님의 뜻에 나를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점괘는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상관없이 이미 그 답이 시원하게 나온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초기 한국교회는 미신타파운동을 전개해 교인들이 점집을 찾는 것을 철저히 금지했다. 특히 장로, 권사, 집사 등이 점을 쳤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권징도 행했다. 한국교회에는 그때보다 더 많은 목회자가 있고, 신학자도 있는데, 어쩌다가 한국교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알 수 없다. “그 선지자들이 허탄한 묵시를 보며 거짓 것을 점쳤으니 내 손이 그들을 쳐서 내 백성의 공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며 이스라엘 땅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리니 너희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겔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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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아, 하나님 들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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