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지난 22일 ‘후손 658명’의 명의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한국독립유공자협회장을 지낸 현 101세의 임우철 애국지사 등은 “반민특위의 숭고한 활동을 왜곡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직을 사퇴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하였다. 또한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도 언급하며 그를 엄히 압박하였다. “친일파 이완용이 3월 1일의 전 국민적 독립항쟁을 무산시키고자 이를 ‘몰지각한 행동’, ‘국론 분열’이라고 한 것처럼 나경원이란 몰지각한 정치인이 이완용이 환생한 듯한 막말과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를 ‘강력히 응징하고 규탄하고자 한다’고 결의를 다짐하였다.
그(나 원내대표)는 앞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였다.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발언이 논란의 와중에 휘말린 것이었다. 그것은 앞서 말한 대로 독립운동가 후손들까지 들고 일어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나서서 규탄 성명을 내고 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던지 회고해 보아도 그런 사례는 확실히 흔치 않은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때 만일 자신이 실수를 한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면 솔직하게, “실수였다. 유감이다”라고만 표명했어도 그렇게 궁지에 몰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이젠 이러도 저러도 못하게 되어버려 보기에 참 민망한 꼴이 되었다. 그런데 그가 실수를 범했다고 자인할 수는 없었던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범법(犯法) 행위에는 실수에 의한 것과 확신에 의한 것이 있는데, 전자는 문자 그대로 실수로 인한 과실행위이고, 후자는 확신에 의한 범법이다. 이에 기대어 ‘비유적인 표현’을 쓴다면, 그의 언행은 확신범이지 과실행위는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앞서 했던 말을 실수였다고 유감 표명을 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밖에서는 사퇴하라고 아우성이고 안(마음속)에서는 잘못한 게 무어냐고 반문(자문)이고, 결국 그는 제3의 길을 택하기로 작심한 것 같다.
그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고 말해 또다시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의 이 발언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하나는 앞서 그가 ‘해방 후 반민특위’를 비판했던 것에 대하여 한마디의 사과도, 근거도 없이 ‘2019년 반문특위’라고 바꿔 말한 것으로 인해 상당수의 국민들이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늘(2019)에 이미 반문특위라는 게 마치 조직되어 있다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말을 공인의 위치에서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만들어 쓴 ‘반문특위’는 이를테면 ‘반문재인행위특별조사위’쯤에 해당하는 신조어로, 이 말이 풍기는 인상은 문 대통령에 반대하는 자를 특별히 조사하는 위원회라는 뜻이 되겠고, 야당의 입장에서는 이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겠는데, 결국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도록 함”이니, 그가 “친일 청산의 한이 어린 반민특위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음이 그 뚜렷한 증거라고 하겠다. 여당의 이재정 대변인이 24일 “친일파의 수석대변인이나 다름없는 발언으로 반민특위를 모독한 나 원내대표는 지금 치졸한 궤변으로 말장난할 때가 아니라 분노한 역사와 민족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할 때”라고 말한 것도 그것의 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올해는 1919년으로부터 꼭 1백년이 되는 해로서, 그 3・1운동의 정신이 올해를 확실하게 다잡아 우리 모두 국론분열의 악순환이 없도록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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