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해설/ 홍재철 대표회장 사임 이유 분석 및 앞으로 전개될 한기총 상황 전망


홍목사, 자신의 세력 바탕으로 계속해서 영향력 행사할 가능성 높아
이영훈목사, 이단문제 해결과 대형교단 복귀 시키는 것이 관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목사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표명하며 오는 9월 2일 임시총회를 통해 새로운 대표회장을 선출할 것을 알렸다.

홍목사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목사의 독단적인 운영방식으로 인해 한기총이 교계에서 고립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있고, 홍목사의 사임이 코앞에 닥친 고비를 넘기기 위한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홍목사 사임은 소송 위험부담 없애고 기하성 교단 탈퇴 막으려는 것”
홍목사의 사임이 고비를 넘기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 한기총에 제기된 소송과 기하성 여의도(총회장 이영훈목사) 교단의 결의에 주목하고 있다.

일전에 이준원목사는 한기총이 대표회장 임기를 연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며 결의무효 확인 및 효력 정지를 구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이목사는 가처분에서 패했으나 이에 불복해 본안소송을 제기했고, 1심 결과는 오는 8월 21일 선고될 예정이었으나, 홍목사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선고를 9월 24일로 연기한 상태다. 또한 이준원목사 외에 이광원목사도 홍목사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한기총과 홍목사가 패소하게 될 경우 타격은 심각할 것이다. 홍목사가 대법원까지 재판을 이어 가며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상적으로 대표회장의 직무를 수행하기는 어렵게 된다.

재판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한기총 내 유일한 대형교단인 기하성 여의도 교단이 지난 63차 총회에서 “한기총에 잔류는 하되 오는 10월까지 한교연과의 통합이 불발되면 탈퇴하자”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즉 소송에서 이긴다하더라도 오는 10월까지 한교연과의 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기하성 여의도 교단이 탈퇴하게 돼 한기총은 껍데기만 남은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홍목사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방안으로 사임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소송 당사자들이 홍목사가 물러나면 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자신이 사임하게 되면 그동안 한교연 측에서 주장하던 바를 들어주게 되는 것이기에 통합 논의에 있어 진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명분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또한 새로운 대표회장에게 바통을 넘겨 연합기구의 통합을 이뤄낸다면 최상의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기에 홍목사가 사임의사를 밝힘으로써 코앞에 닥친 소송 결과에 대한 위험부담을 없애고, 새로운 대표회장 체제에서 후일을 도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표회장 후보로는 이영훈목사(기하성 여의도)가 단독 입후보한 상태로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영훈목사가 신임대표회장으로 선출되면 한기총이 한교연과 통합하지 못하더라도 기하성 여의도 교단이 한기총을 탈퇴하지 않을 것이기에 한기총으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이영훈목사 입후보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돼
한편 갑작스럽게 임시총회 개최가 결정되자 벌써부터 이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교단에서 연합단체 대표회장에 입후보자를 낼 경우 임원회와 실행위원회의 결의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현 대표회장인 홍재철목사도 예장합동 교단의 실행위를 통과해 한기총 대표회장에 입후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영훈목사의 입후보 과정을 살펴보면 교단의 실행위를 통과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임원회 결의와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홍재철목사가 사임을 표명하고, 한기총이 새로운 대표회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힌 날은 지난 12일인데 기하성 여의도 교단은 12일 이후 임원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영훈목사는 홍목사의 사임 발표 바로 다음날인 13일에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등록했다.

한기총 정관에 따르면 대표회장 입후보자는 교단이 폐회중일 경우 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기하성 교단은 12일 이후 임원회를 개최한 적이 없고, 단지 지난 9일 임원회를 열었을 뿐이다. 즉 이영훈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등록 공고가 나기 3일 전에 열린 임원회의 결의를 바탕으로 입후보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혹이 일고 있다. 홍목사의 사임과 한기총 임시총회 개최 결정이 나기 3일전에 어떻게 그와 같은 상황이 올 줄 알고 기하성 여의도 교단 임원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이영훈목사를 추천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홍목사와 이목사가 사전에 문제를 논의하고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편에서는 “두 사람이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이면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영훈목사를 대표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한기총에서 다른 후보가 등록하기 힘들도록 급작스럽게 선거 일정을 공고해 다른 교단의 입후보를 봉쇄하려 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기총 회원교단의 한 총회장은 “한기총이 지난 12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겠다면서 입후보자를 16일까지 등록받는다고 했는데 교단에서 임원회를 개최할 경우 적어도 일주일 전에 공지하게 돼있다. 긴급 임원회를 소집한다고 해도 한기총 후보 등록기간 중에 모일 수 있는 날은 8월 15일 광복절을 제외하면 3일 밖에 없다”며 “이 짧은 기간에 임원회를 소집하고 후보 등록 비용 1억 원을 마련해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나오지 말란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기총은 이번 선거가 20대 대표회장 선거이고 신임 대표회장의 임기는 2016년 1월까지 라고 밝혔다. 20대 대표회장이 19대 대표회장 홍재철목사의 남은 임기인 2016년 1월까지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인데 이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한 현 정관에 어긋난다. 그렇기에 추후 대표회장의 임기와 관련해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목사 중심으로 양 단체 연합 가능할까? 관건은 이단 문제 해결
이번 선거에 대해 몇몇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결국 단독 입후보한 이영훈목사가 신임 대표회장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목사가 한기총 신임 대표회장이 된다면 후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예측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기총이 이목사를 중심으로 다시 연합단체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목사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위상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영훈목사가 한국기독교계가 인정할 만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무게 중심은 한기총으로 넘어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영훈목사에 대한 한교연 대표회장 사퇴압력과 양 단체를 합쳐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어 이영훈목사는 분열된 한국기독교계를 통합하는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목사가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들을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단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들은 양 단체 통합의 선결조건으로 이단성이 있는 인사와 교단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홍재철목사는 한기총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단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뒤집는 결정은 하기 힘들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단성 문제가 제기된 인사와 교단들을 홍목사가 자신의 교단으로 끌어들인 후 이들에 대해서는 소속 교단에서 판단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홍목사와 조경대목사가 만나 교단 통합과 관련해 논의했다는 예장개혁 교단 관계자의 증언은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단 문제 해결을 위해 홍목사가 이전과 같이 공청회 개최 등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하자고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해당 인사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교단들이 이전처럼 공청회를 거부하며 참여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영훈목사가 이단 문제에 대해 타 교단들도 납득할 수 있도록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한기총 정상화는 급물살을 타고, 나아가 한교연과의 통합문제도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목사는 한국기독교계를 통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지도자로 떠오르게 된다.

홍목사, 이영훈 목사 세우고 상왕 정치할 가능성 있어
하지만 이와 달리 이영훈목사가 홍목사의 정치력에 휘둘려 꼭두각시 노릇만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영훈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더라고 한기총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세력이 필요한데 지금 한기총 임원진과 실행위원들 중에는 이목사 세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현재 한기총 회원교단의 대부분이 군소 교단이고, 이들은 홍목사의 영향력 아래 있기에 어떤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홍목사의 의중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목사는 이런 자신의 정치력을 바탕으로 이영훈목사가 추진하는 일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상왕 노릇을 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홍목사가 한기총 임원진 30여명을 소집해 사적 모임을 가진 것과 관련해, 벌써부터 이들이 새로운 판도를 위한 전략회의를 하며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영훈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더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목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처음부터 리더십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들은 “이영훈목사는 WCC부산총회 준비위원장을 하며 WCC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인물”이라며 “그는 WCC를 반대해온 한기총에 어울리지 않은 인사다. 이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면 한기총은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이목사에 대해 문제 삼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영훈목사가 대표회장이 된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한기총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군소교단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좋지만 가장 확실한 방안은 한기총을 탈퇴한 대교단과 연대하는 것이다.

한기총을 나간 교단들은 홍재철목사에 대해 상당히 큰 반감을 갖고 있기에 이들을 설득해 한기총 내에서 세력을 형성한다면 이목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기총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이 이영훈목사를 신임 대표회장으로 선출해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계속해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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