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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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문단이 소위 표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란 장편소설로 국내는 물론, 36개국의 외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그 이름을 날린 신경숙 작가가 요즘 작품 표절 논란의 와중에 휩싸이게 되었다. 맨 처음에 이응준 작가가 신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1994)에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단편소설 <우국> 표절 혐의가 있다고 지적하고 난 뒤, 이 표절 논란은 일파만파로 크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신경숙뿐만 아니라 이인화 편혜영 이승우 황석영… 등 한국의 모모한 작가들의 이름까지 이 표절 혐의와 연관된 최근의 논의에서 공공연히 노출되게 되었다.
그런데 이응준이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 글이 발표된 지면이 어지간한 사람은 그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한 듯한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였다는 데 우리는 다소 놀랐다. 좀 우스갯말로 표현해 보자면, 워싱턴포스트라면 몰라도 허핑턴포스트를 어찌 알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아니었지만 허핑턴포스트에 실렸다고 하더라도 그 파급효과가 너무 커진 것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응준은 이를 위해 무려 8년 전부터 문단에 발을 끊었다고 술회하였다. 일종의 문단생활 포기선언을 했다는 것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자기는 “표절 문제 제기 글을 문예지에 실어보려고 했지만 그 가능성이 제로라는 사실 앞에서 새삼 절망했다.”고 하였다. 그 결과 별로 잘 알려지지도 않은 한 온라인 매체에 그 글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겠다. 그리고 그 글을 수정하는 데도 한 달 반의 시간이 걸렸고, 법률적 검토도 거쳤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변호사 선임까지 마쳤다고 하였다. 이런 그의 굳건한 의지와 자세를 보면, 그 글의 여파가 클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 자신은 예상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글에 대한 법률적 검토는 물론 변호사 선임까지 마쳤노라고 했는데, 정작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 작가를 사직당국에 고발하자 그는 그 자신의 자세를 이제와는 달리 180도로 전환했던 것이다. 그는 문단의 일은 문인들끼리 해결하도록 해야지 사법 당국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기는 약자라서 누군가 자기를 법적으로 압박해 올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서도, 그러나 그 자신은 궁지에 몰린 작가를 법에 의해 재단하는 일에는 극구 반대했던 것이다.
혹 그의 이런 자세를 이중적 처신이 아니냐고 비판할는지 몰라도, 이 일은 전혀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겠다. 사회?정치적 약자가 평소에 타인을 옹호하는 삶의 자세를 지녀왔다고 하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자기보호책을 강구하며 살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가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의 법률적 검토와 변호사 선임까지 해 두었다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겠다.             
그런데 신 작가는 이번뿐만이 아니고 과거에도 표절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지 않았다. 단편소설 <딸기밭>, 단편소설 <작별인사>,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에서 표절 의혹들을 받아왔다. 금번 이응준의 문제제기 이후 자신의 처신이 매우 난처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우유부단한 자세를 취한 것이 불행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번의 표절 논의에서 박철화, 정문순, 이명원, 고명철 등의 평론가들이 매파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 셈이고, 논의 후반에 이르러서는 <아리랑>의 조정래 작가가 그 매파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 되었다. 그는, 신 작가 잘못의 첫째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표절을 했다는 점, 둘째는 발각되었을 때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하는데 즉시 사과하지 않은 점이라고 하였다. 셋째는 그의 표절이 대여섯 번일 정도로 상습적이 돼버렸다는 것이라 했고, 넷째는 하필이면 왜 일본 작가의 작품을 그리 했느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절 작품 <우국>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일제의 군국주의를 옹호한 극우 작가였다는 사실을 시사(示唆)했던 것이다.
구약 성서 가운데 모세의 십계명 중 제8은 “도적질하지 말라”고 되어있고, 제10은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고 돼 있다. 이를 문인들에게 돌려 표현한다면 “글 도적질(표절)하지 말며, 아예, 남(네 이웃)의 글을 탐내지도 말라”고 바꿔 표현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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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문제로 시끄러운 한국 문단-임영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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