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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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크 1: 네덜란드 동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일대가 물에 잠겼다. 경건한 유대인 모세의 집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하나님께 기도했다. 반드시 지켜 줄 것이라 믿고 기도했지만, 물은 점점 불어나기만 했다. 그렇게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마르크가 와서 피난가기를  권했다. 모세는 거절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지켜 줄 것”이라면서. 아래층에 물이 차자 처자를 데리고 이층에서 기도했다. 이층도 물이차자 지붕으로 올라가서 기도했다. 이제 기도 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그 때 친구 암논이 작은 배를 저어 와서는 소리쳤다. “이대로 있다가는 곧 빠져 죽을 것이니 어서 배에 오르라!” 그러나 모세는 암논의 호의도 거절했다. 친구의 보트는 멀리 사라졌다. 모세 일가는 집과 더불어 떠내려가다가 익사하고 말았다. 
모세가 하늘나라 입구에서 하나님께 불평을 토로했다. “그렇게도 열심히 기도했는데 왜 구해주시지 않았습니까?” 하나님이 응답했다. “나는 그대의 기도를 듣고 두 차례나 구원의 손길을 보네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그대는 듣지 않았네.”

조크 2: 랍비 솔로몬의 삶은 경건했다. 언제나 자신에게 엄격했던 그는 토라를 어기는 일도 없거니와, 날마다 기도와 경전 연구에 몰두했다. 그야말로 유대교 성직자의 모범이었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랍비 솔로몬이 죽어서 하늘나라로 영접되었다. 하늘나라에서 그에게 배당된 집은 아주 소박해서 속세에서 살던 집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길 건너에는 향기로운 꽃동산으로 둘러싸인 궁궐 같은 저택이 있었다. 어느 날 저택의 유리창 너머로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서 솔로몬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그 사람은 생전에 택시 운전사를 하던 벤이었기에. 그가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노닥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벤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와인을 마시며, 감미로운 하프 소리를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음악소리에 섞여 벤의 호방하고 야비한 목소리가 길 건너 자신의 집에 까지 들려왔다. 벤이란 녀석은 한 마디로 돼먹지 못한 파락호였다. 폭주를 들이키며 도박과 여자 후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위인이었다. 시너고그에 얼굴을 들이미는 일도 거의 없었다. 생전의 두 사람의 삶은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랍비는 생각했다. 필시 착오 때문일 것이라고. 그래서 하나님께 불평을 털어놓았다. “하나님 왜 나는 이렇게도 허술한 집에서 겨우 비바람을 피하며 초라하게 살고 있는 데, 저 되지 못한 파락호 벤은 궁전 같은 대저택에 살고 있는 것입니까?” 하나님이 대답했다. “그대가 시너고그에서 설교할 때에는 모든 사람이 잠을 잤다. 그러나 벤이 운전하는 택시의 승객들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열심히 기도했다.”

조크 3: 러시아의 숲에서 어린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런 경우, 유대인의 짓이라면서 유대인 마을은 습격을 받아 불타고 재산을 약탈당하는 것이 예사로웠다. 이것을 “포그롬(pogrom)”이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인 거리에서는 유대인이 소녀를 죽였다면서 격분했다. 총과 칼을 꺼내들고 유대인 마을을 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거리에서 일하고 있던 한 유대인이 소식을 전했다.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모든 유대인이 시너고그에 모여 랍비를 중심으로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한 유대인 청년이 달려와서 말했다. “좋은 소식이요! 좋은 소식이요! 좋은 소식이요!”
모두가 기도를 멈추고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이 말했다. “죽은 것은 유대인이었어!”

양념: 그리스어 ‘파토스’는 영어의 ‘페이소스’가 되면서 약간 함축이 달라지는 것 같다. ‘승화된 아픔’이랄까. 유대인의 조크에서는 거의 언제나 ‘페이소스’를 읽을 수 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찰리 채플린의 과장된 몸짓이 관객에게 와 닿는 것은 그 페이소스 때문이 아닐까. 그가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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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조크와 ‘페이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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