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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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크는 작자가 없는 문학”이라 했다. 자신은 독자라고만 여겼는데, 어느덧 작품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면 작가가 될 수박에 없지 않는가. 그래서 모든 조크의 겉모양은 엇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알맹이는 늘 새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시대와 국경을 넘나들며 다듬어진 작품일지라도 ‘해석과 적용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조크는 작자가 없는 문학”이란 말은 단순히 표절에서 자유롭다는 사정만을 두고 함부로 해본 말이 아닌 것이다.   
길거리에 개를 동반한 거지가 서있다. 개목에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는 표지판이 걸려 있고, 땅바닥에 놓인 깡통 속에는 몇 푼의 동전이 들어있다.  
가까이에 있는 전화 부스에서 한 사나이가 튀어나오더니, “잘 보시오. 내가 백원짜리 동전 넷을 가지는 대신 오백원짜리 동전 한 개를 넣었다오.”했다.  
거지 : “이 사기꾼 녀석, 네놈이 넣은 것은 백원짜리 동전이잖아!”
사나이 : “사기꾼은 네놈이지. ‘눈이 보이지 않는다.’ 했으면서.”
거지 : “이 멍청아, 눈이 안 보이는 것은 개지 내가 아니지 않는가. 표지판             은 개목에 걸려있는 걸.”
이같은 유형의 조크를 생산해내는 작자는 여의도 언저리라면 어렵잖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조크에는 작가가 따로 없다고는 했지만, 더러 작자를 밝힐 경우 효능이 커진다고 판단된다면, 이름을 밝힐 수도 있다는 것이 조크계의 불문율이 되어 있다. 출처를 밝힐 수는 있지만, 풋 노트를 달지 않아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
A  “아침 일찍 낚시를 가시는가 보지요.”
B  “아닐세, 낚시하러 가는 길일세.”
A  “그래요? 나는 낚시하러 가시는 줄만 알았네요.”
프랑스의 극작가 마르셀의 <웃음에 대해서>에 있는 걸작이라 알려지고 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우월감’을 표현한 조크라던가? 그렇지만 요사이 토크 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라 굳이 작자의 이름까지 들추지 않아도....   
어느 겨울 오후, 버스정류장에 남자 둘이 서있다. 한 사람은 평범한 시민 같아 보이나, 다른 한 사람은 약간 이상한 느낌을 주는, 이를테면 초능력자이거나 예언자, 아니면 정신이상자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침묵이 불안했던지 평범한 쪽이 먼저 입을 연다.  “저기 저 할머니는 눈 속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가 봐요.”
눈이 질펀한 길바닥에서 할머니 한 분이 뭔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열쇠라도 떨어뜨린 모양이지요.” 응대가 없자 멋쩍은 듯이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받아 초능력의 사나이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아니라오.”
평범한 시민이 놀라 사나이를 쳐다보는 순간,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보아버린 듯 섬뜩한 느낌이 등줄기를 흐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간은 두려운 어조로 물었다. “어떻게 그걸 아시지요?” 사나이가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할머니가 찾고 있는 동전은 내가 벌써 주은 걸요!”
아무나 알 수 없는 일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일 것 같지만, 미리 돈을 주었기 때문에 할머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그러니까 제 삼자처럼 구는 당사자... 정치인의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소개사의 언변
“이 집으로 말씀드리자면, 솔직히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습니다.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손님께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실 수 있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먼저 나쁜 면부터 말씀드리자면, 환경문제입니다. 이쪽에는 양돈장이 있고, 저쪽에는 암모니아 공장, 그리고 맞은편에는 사격장이 있다는 정도입니다.
이제 좋은 면을 말씀 드리자면, 언제나 생활을 위한 지적인식이 가능하다는 점이지요. 그것은 뛰어난 현대적 특징이랄 수 있지요. 창문을 완전히 닫고 있어도 풍향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구요. 이렇게 훌륭한 특징을 갖춘 집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해석과 적용, 그리고 책임은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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