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1.jpg
 예루살렘 탈무드(BC 50-AD 30)의 랍비들은, 유월절 만찬에서 네 차례나 건배하며 포도주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것은 그리스인들의 심포지엄 만찬을 모방한 것이란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출애굽기 6장 6-7절에서 그 동기를 찾으려는 경향이 오늘날의 유대인들이 대체적인 자세인 것 같다.   
하나님이 히브리인들을 종살이로부터 구해낸 것은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네 개의 ‘동사’로 표현되는 ‘네 단계’로 진행된 사건이라 읽으면서, 그 고비마다를 기념하는 행위로 네 번 건배한다는 뜻으로.    
출애굽기 6장 6-7절. “그러므로 너(모세)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라. ‘나는 주다. 나는 이집트 사람들이 너희를 강제로 부리지 못하게 거기에서 ‘너희를 이끌어 내고’, 그 종살이에서 ‘너희를 건지고’, 나의 팔을 펴서 큰 심판을 내리면서, ‘너희를 구하여 내겠다. 그래서 ‘너희를 나의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    
아랫 줄로 표시한 네 동사, ‘이끌어 내고’ ‘건지고’ ‘구하고’ ‘삼고’ 하는 구체적인 하나님의 행위를 되새기자는 것이 곧 유월절 만찬이었던 것이다. 
랍비 모르데하이 코헨의 고전적 명저 <토라에 대해서>에는, 그들의 조상이 종살이하던 이집트를 벗어나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과정에 대한 멋진 해석이 기록되어 있다.   
“첫째로: ‘나는 너희를 이집트의 고역으로부터 이끌어내겠다’는 선언은, 나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가 자각적으로 종살이는 견딜 수 없는 고역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벗어나야겠다고 깨닫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 히브리어 ‘고역’은 ‘인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인간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상황이라 판단할  때, 비로소 제 2의 단계가 준비된다는 것이다.
둘째 단계: ‘구원’은 실제적인 노동으로 부터의 구원을 말한다. 그러니까, 마음의 자유가 물리적인 자유에 앞서야하는 것이 구원의 필수조건이라는 말인 것이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은 타자의 도시나 궁전을 건설하기 위해 땀 흘려 자신을 소모하는 대신, 자신의 노력을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 바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래서 하나님은 ‘종살이에서 너희를 건진다.’하고 약속하시는 것.
셋째 단계: ‘나의 팔을 펴서 큰 심판을 내리면서, 너희를 구하여 내겠다.’ 는 말씀은 긍지를 가지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민족만이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결연히 일어설 수 있고, 독립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뜻.
그리하여 그들이 자유를 누리며 독립하는 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마지막 넷째 단계 ‘너희를 나의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의 준비가 완료되는 것’이라 했다.”
출애굽기 5장이 기록하고 있는 상황은, 바로가 얼마나 이스라엘을 괴롭혔으며, 그 상황은 이스라엘이 분연히 일어서지 않으면 안될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장감독이나 간수, 그리고 경멸받아 마땅한 이스라엘의 내통자들조차도 바로의 요구는 너무 지나쳐서 그 요구에 응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바로에게 보고할 지경이었으니.
“저희 종들은 짚도 공급받지 못한 채로 벽돌을 만들라고 강요받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저희 종들이 이처럼 매를 맞았습니다. 잘못은 틀림없이 임금님의 백성에게 있습니다. 그러자 바로가 대답하였다. ‘이 게을러터진 놈들아, 너희가 일하기가 싫으니까, 주께 제사를 드리러 가게 해 달라고 떠드는 것이 아니냐!”(출 5: 16-17)
바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 바로의 대답은 채찍과 모욕뿐이었다. 낙망한 모세는 주님에게 대든다. “왜 이 백성을 이렇게 못살게 하시는 것입니까? 왜 저를 그들 가운데로 보내신 것입니까? 저가 바로에게 가서 주님의 이름으로 항의했기 때문에 그가 이 백성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출 5:22-23)
바로 그때, 모세는 ‘자유의 길은 멀고, 수많은 장애를 겪지 않으면 안 되는 법. 억압받는 민중이 일어서기만 하면 당장에 얻어지는 자유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우리는 히브리인과 똑 같은 역사를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음미하노라면 뭔가를 깨닫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noin34@naver.com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자유의 길 4단계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