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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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계에서 상당한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던 한 중진 목회자가 천국과 지옥을 체험했다며 남긴 간증문이 보수주의 한국교회의 천국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슬하다. 그는 어느날 고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살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하여 집에서 임종을 맞았는데, 두 천사의 안내로 천국과 지옥을 보고 다시 회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이른 천국에는 각자 개인이 사는 집들이 있었는데, 그 집은 땅에서 믿음으로 행하는 모든 것이 재료로 지어진다고 했다. 예배 드리는 시간, 성경 읽는 시간, 기도하는 시간, 전도하는 시간, 헌금, 십일조, 교회 봉사하는 일 등을 많이 하면 크고 좋은 집이 지어지고, 적게 하면 작은 집이 지어지며, 안 하면 개인 집이 없고 공동주택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집은 어디에 있는가 보고 싶어 천사를 따라 가 보았더니 짓다가 중단된 3층 집을 보여주어 크게 실망했는데, 집안에 들어가 보니 벽면에 상장 2대가 붙어 있었다. 하나는 18세 때 고아원에서 성탄절을 지키러 교회로 가다가 추위에 떨고 있는 거지에게 잠바를 벗어준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헌금할 돈으로 붕어빵 두 개를 사드린 일이 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교회를 개척하여 괘 큰 예배당도 짓고,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했으며, 의지할데 없는 과부들을 위해 교회 옆에 아파트도 지어 나누어 주는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았는데도 그런 것에 대한 상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천사에게 왜 그런 것은 상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네가 땅에서 국민훈장도 받고 상을 많이 받아서 천국에서 받을 상이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 간증은 한 마디로 전혀 기독교적인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을 천국이라는 관념에 투사(透射)한 것에 불과하다. 그 자신이 평소에 상상하던 천국의 모습을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그려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마치 무당들이 이승의 모든 삶을 저승에 투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저승에 가서도 이승에서의 처럼 산다고 믿는 것이다. 그의 체험 간증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천국의 집을 얻는 것을 공로사상에 둔다는 점이다. 천국은 하나님이 거저 주시는 은총의 믿음으로 얻는 것이지, 성경 읽고, 기도하고, 전도하는 것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헌금과 십일조와 교회봉사, 이런 것은 모두 믿는 자의 기본생활일 뿐이다.
◇또 그는 지옥에서 아우성치며 고통당하는 영혼들 가운데서 한국교회에서 이름있던 목사, 장로, 권사, 집사들도 많이 보았다고 했다. 그들은 태양신을 강요하고, 교권과 명예를 위해 정상적인 신앙을 떠나 자기 유익을 구하고, 교회와 총회에서 싸움과 분열을 일으켜 예수님의 몸된 교회를 찢고 부순 자들로서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유황 불못에 온 것이라고 천사가 설명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장로교 목사인데 과연 장로교의 5대 교리 중 하나인 ‘성도의 견인’은 어디로 가고 그리스도의 피아래 있는 사람들을 지옥에서 보았다고 말하는가?
◇천국과 지옥의 체험은 그 자신의 신앙의 유익을 위해 주어진 것이지, 그것을 타인에게 객관화 시켜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도 천국과 지옥은 비유로만 말씀하셨고, 천국을 체험한 사도 바울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후 12:1-6). 개인의 천국과 지옥 체험에 대한 간증이 한국교회의 천국관을 왜곡시켜 비기독교적으로 이해될 소지가 많다.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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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체험 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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