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3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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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어느 집필자 자신이 나서서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사회평론가라는 꼬리표를 단 어느 소설가가 나서서 국정화의 논란에 가세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여당의 대표란 사람이 작심하고 뛰어들어 이 논란의 불길을 자기 선에서 끝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목청을 높이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어느 개신교 목사까지 그런 운동에 실무 책임자가 되어 동조자를 규합하겠다고 회원 가입을 권유하고 있음도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시민(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씁쓰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음이 사실이다.
왜냐면 지난해 교육 일선에서의 교과서 채택 결과가 교학사 판(版) 교과서 채택 ‘거의 전무(全無)’라는 쪽으로 드러남으로써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출판사나 집필자 쪽이 아닌, 그(역사 교육) 면에선 다소 거리가 먼 것으로도 보이는 정부와 여당 쪽의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아니 총력을 기울여) 이 문제를 자기들 주장대로 관철시켜 보려고 애 쓰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극도로 피곤해져 있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국정화 변호)에 설득력이 전혀 없는(전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경청할 만한 면이 없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논리의 면에서는 어느 한 편이 이기고 지고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화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처지가 무엇인지는 아무래도 다음의 바탕 위에서 설명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첫째는, 국정화 주장의 논리가 힘(권력)을 바탕으로 해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힘과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하여 그 국정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이 논의를 주도해서 주장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집필자 같은 처지의 인사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하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배경을 믿고 그들은 일종의 나팔수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그런 이들을 일컬어 어용학자라고 칭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우리들에게 있어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둘째로, 그렇다면 그들은 왜 어용학자들까지 생산해 가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여러 가지 구실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핵심은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합리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역사와 전통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 그것은 친일과 독재이다. 과거 조상들의 친일행위에 대하여 합리화시키고 또 독재정치에 대해서도 합리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이들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니, 그래야겠는데, 그러려면 젊은이 시절부터 그들의 머리에 그런 교육을 시켜 놓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머리에는 공고한 바벨탑의 건설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약성서는 우리에게 견고한 바벨탑도 때가 되면 힘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을 갖가지로 흩어 놓음으로써 자중지란이 일어나게 하고 결국 그로 인해 그 ‘견고한 축성’을 자랑하던 바벨탑도 붕괴될 수밖에 없음을 창세기 11장은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요즘 정부-여당 간의 각종 잡음과 소음(騷音)을 전해 듣게 된 우리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미리 보는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결코 안녕하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그들은 획일 체제를 수립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방향으로 가르치고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게 하는 획일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세대(世代)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강력히 시도되었던 그 획일 체제 수립 정책을 현 정부가 다시 계승하기 위해서 광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이처럼 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는 단순한 역사 교육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해서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백성들의 천국’은 아예 뒷전이고 ‘당신들의 천국’만을 위해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나약한 학자들까지 끌어들여 멍들게 하는 일을 이젠 그만두라고. 그 일은 30여 년 전까지의 기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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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획일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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