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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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그말리온은 기원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키프로스의  왕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여성에게 실망한 왕이 손수 상아를 깎아 만든 여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데, 그녀가 옷을 걸치고 있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라 생각하고서는 옷을 입혀주기까지 한다. 자신이 만든 조각물을 실재하는 인간 이상으로 사랑하고 몰입하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에서 운을 띄우기 시작한 “피그말리온”이야기는 훗날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한다. 하마터면 인간이 아닌 인형을 편애하는 소위 “피그말리온 콤플렉스”의 자료 정도로 묻혀있을 뻔했던 이야기가 화려하게 20 세기의 무대조명을 받게 된 것은 익살꾼 버나드 쇼가 1912년에 <피그말리온>이란 희곡을 완성하면서다. 
희곡 <피그말리온>은 곧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뮤지컬이 되어 여러 버전으로 변신을 거듭하다가 1964년에는 오트리 헵번이 주연하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로 많은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내용인즉, 낮은 신분출신의  소녀 일라이자가 비긴즈의 도움으로 언어습관을 고쳐 레이디로 변신하지만, 자아에 눈을 뜨고 그의 곁을 떠난다는 줄거리의 변주들이다.    
“피그말리온”이 교육심리학의 이론으로 변신한 것도 이 무렵. 1964년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타르가 “인간에게는 남에게서 기대 받은 만큼의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주목을 받게 된 이론 말이다. 그의 이론은 미국의 심리학이 대체로 그렇듯이 실험을 통해서 얻어진 결론이라고 했다. 
1963년, 로젠타르와 동료 포드가 학생들에게 쥐를 이용한 미로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용 쥐를 넘겨주면서, 한 집단에게는 “이 쥐는 잘 훈련을 받은 영리한 계통의 쥐”라는 정보를 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이 쥐는 형편없는 쥐”라는 귀띔을 주었다. 실험결과 두 집단 사이에 주목할 만한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각각 다른 정보를 받은 학생집단이 쥐를 다루면서 동원한 방법과 기대감의 차이가 실험결과에 반영된 것이라고 로젠타르는 생각했다. 이런 결과는 학생집단과 쥐에서 만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한 로젠타르는 이듬 해 교육현장에서 실험을 실행한다.
한 초등학교에서 “하버드식 돌발성학습능력 예측 테스트”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가며 실시한 테스트였지만, 내용은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능테스트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었다.
학급담임교사에게는 “차후 수개월 사이에 성적이 나아지는 아동을 찾아내기 위한 검사”라는 설명을 해두었다. 그러나 실제 검사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암시에 불과했다. 검사결과와는 관계없이 무작위로 선발된 아동의 명부를 학급담임에게 보여주면서 “이 명부에 올라있는 아등은 차후 몇 달 안에 성적이 올라갈 아동”이라고 귀띔해둔 것이다. 
그런데 명부에 이름이 올라있는 아동의 성적이 분명히 향상하고 있었다는 것. 보고논문의 주장에 따르면, 성적이 올라간 원인으로서는 담임교사가 명부에 올라있는 아동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가지고 대했다는 사실과 아동 편에서도 자신이 기대를 받고 있다고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 명명된 실험결과는 더러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시험을 한 결과 이러한 효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교육기관이, 공교육 사교육 할 것 없이, 상당한 반향을 불러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인터넷을 뒤지면 <피그말리온 효과>를 빙자한 특수교육의 선정문구를 쉽게 대할 수 있다. 당시의 교회가 이 이론을 그냥 내버려두었을 리 없지 않는가. 교회성장과 헌금수입에 선용(?)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인간이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나, 자신을 대해주는 다른 사람의 태도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심리학 법칙이다. 쉽게 말해서, 인간은 자신이 어떻게 대접받는가에 따라서 자신의 언동을 바꾸게 된다는 것. 이 이론을 근거로 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에 따른 동기부여“라고 하는 것은 상대를 다루는 태도나 방법을 조정함으로서 상대의 부적절한 언동을 적절한 언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보려는 노릇이다. 2천년도 전에 예수는 대접을 받고자 하거든 남을 먼저 대접하라 했지만.
요즘 날로 험해져는 정객들의 말씨를 대하면서, 그들에게  <피그말리온 효과>를 테스트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혹 기대하지 못했던 버전이 축출될지 누가 알겠는가.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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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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