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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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감하며,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를 떠올리게 한 것은 중국 작가 노신(魯迅)의 어록 때문. “사람들은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점차 받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그렇기 때문에 영락없이 선인들의 과오를 그대로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노신의 생각.  
그러나 정작 우리의 현실은 손쉽게 그런 기록을 남길 수도 없거니와 남겨진 것도 탐탁스럽지가 않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목걸이>가 그러한 아쉬움을 채워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평범한 공무원의 가정에 태어나서 비슷한 처지의 남편을 만난 여주인공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교육부의 장관이 베푸는 야회초청장을 받은 것이 비극의 사단이 되는데... 
‘스스로 매력적인 미인이라 여기고 있는 그녀에게는 남달리 보석을 좋아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야회에 입고 갈 드레스도 장식품도 없었다. 드레스는 남편이 꿍쳐 두었던 돈으로 마련할 수 있었으나 정작 그 드레스에 어울릴만한 보석이 문제였다. 
마침 그녀가 수도원 시절에 함께였던 부자 친구에게서 목걸이를 빌릴 수 있어서 무도회에 데뷔할 수 있게 된 그녀는 많은 시선을 모으는 스타가 되어 멋진 밤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파티가 파하자, 멋지게 차려 입은 부인들을 의식해서 시간차를 두고 초라한 마차로 아파트로 돌아온다. 좁은 계단을 올라 옷을 갈아입으려는 참에야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는데. 어쩔 수 없이 고급 보석상에서 비슷한 물건을 구해서 친구에게 돌려주기는 했지만, 그 가격은 무려 4만 프랑이나 되었다. 시아버지가 남겨준 유산을 팔아 대금의 일부를 지불하지만, 나머지는 빚이 되어 부부의 생활을 압박했다.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꼬박 10년이 걸렸고. 
어느 일요일, 우연히 목걸이를 빌려주었던 부자 친구를 만난다. ‘안녕, 잔느’ 그녀의 인사에 상대방은 옛 친구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이 변해있었던 것이다. ‘나 마틸다 르아젤이야.’ 그제야 알아보는 친구에게 주인공은 지난 날의 일을 고백한다.
‘그러니까 너는 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주었단 말이지?’ ‘그래, 너는 눈치 채지 못했지? 똑같은 것이었거든.’ 그녀는 용케도 친구의 눈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을 우쭐해 하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놀란 포레스트에 부인이 친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불쌍하게도 마틸다! 내 것은 가짜였어. 기껏 5백 프랑  짜리였는데...’ 
작가 모파상은 이야기의 여러 곳에 많은 암시를 숨겨놓고 있다. 주인공의 남편을 하필이면 교육부의 직원으로 설정한 것도 그렇지만, 아름답게 태어난 여인은 그 매력으로 해서 우아한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암시에 더해, 이에 이르지 못할 경우 그 분함과 허영심이 엉켜서 사물을 판단할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암시들을 삽입한다.   
부자 친구라 할지라도, 4만 프랑이나 값이 나가는 목걸이를 선듯 빌려 줄 수는 없을 것이란 당연한 판단도, 목걸이를 돌려주었을 때 제 물건이 맞는지를 확인하지 도 않는 부자친구의 몸짓은 혹시나 해볼 기회였을 터이지만, 그녀의 이성은 그럴 수가 없을 정도로 뒤틀려 있었던 것이다. 
“야회복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고, 보석 따위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자신은 그런 것들을 위해서 태어났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것만 가진다면, 얼마든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혹하게 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터인데.”하는 것이 오로지 주인공의 생각이었다.
우리에게는 <목걸이>로 알려지고 있는 이 작품의 원제는 <La parure>. “장식”, 액세서리 일반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작자는 왜 제목을 “목걸이(Un collier)”대신 “장식(parure)”으로 했을까. parure 원래의 의미 “장식”을 암시하려한 것은 아닐까. “장식”이란 “진실의 모습”을 감추는 짓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을. 오늘 우리의 목에 걸고 있는 “정의” “평등”을 표방하는 목걸이들은  그 가치를 변질시키는 장식이 가리고 있어 더 찬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인공은 목걸이를 가지게 되어, 자신의 몸을 꾸미게 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에 취한다. “그러나...”하는 작가의 경고는 우리가 눈여겨 읽어야할 기록이 될 수도 있으리라.
  라 루슈코프의 잠언을 되씹어 본다. “행복해지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남에게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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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에 걸린 행복 혹은 진실- 모파상의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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