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작심 백일이였나
다시는 안볼 것 같이
얼음장처럼 차가웁더니
무슨 바람아 불어
나긋나긋이 몸을 풀고
심장에다 불을 지르는가
나는 오늘 밤
과거 따위는 묻지 않고
부지런하게 시간을 엮어
틈틈이 봄의 발원을 늘어놓고
일을 낼 것이다
생명을 움 틔울 것이다
안 재 찬
작심 백일이였나
다시는 안볼 것 같이
얼음장처럼 차가웁더니
무슨 바람아 불어
나긋나긋이 몸을 풀고
심장에다 불을 지르는가
나는 오늘 밤
과거 따위는 묻지 않고
부지런하게 시간을 엮어
틈틈이 봄의 발원을 늘어놓고
일을 낼 것이다
생명을 움 틔울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어떠한 결심을 하고 며칠 가지 못하면 ‘작심삼일’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자신의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기란 마음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의 화자는 ‘작심삼일’이라는 용어에서 ‘삼일’ 대신 ‘백일’이라는 용어를 환치시키고 있다. 한 계절이 보통 3개월 정도이기 때문에 대충 계산하여 ‘백일’이라 한 것이다.
또한 계절을 사람에게 빗대어 의인화하고 있다. 겨울이라는 것이 너무 차가워 다시는 녹지 않을 것처럼 여겼는데 어느새 겨울은 봄 앞에 온 몸을 풀고 냉냉한 가슴을 녹이고 있다. 화자는 그러면서 지난 날의 냉냉했던 과거는 묻지 않고 따스한 봄의 발원을 늘어놓겠다고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생명이 움트는 봄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처럼 사람도 때로는 얼음덩이처럼 냉냉한 가슴을 지닐 때가 있다. 결코 다시는 따스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지속적인 관계의 틀안에서는 자신을 녹여야만 한다. 세상은 고집불통 자신만을 내세우면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관계가 잘 형성될 때 우리가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다.
ⓒ 교회연합신문 & www.ecumenicalpres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