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언니
      정 영 애

캄보디아 관광지마다
어린 동생들이 몰려다니며 조악한 물건들을 판다
언니, 부채 1달러
언니, 팔찌 1달러
언니, 사랑해요
처음 본 언니를 한 눈에 사랑해 버리는 캄보디아 동생들
초롱초롱 계산 굴리며 나의 모국어까지 끼워서 판다

우리들의 언니는
박수근 그림의 아기 업은 소녀처럼
동생을 업고
동생 대신 야단도 맞으며
가난과 바꾼 억척의 몸으로
공장과 만원 버스, 눈물 같은 술잔에 제 몸 녹여
부모와 동생들을 먹여 살린 언니의 역사가 있다

캄보디아 부채를 몽땅 사주어도 저 동생들이
노을빛 기침 소리를 쿨룩거리던
해쓱하고도 빈혈 같은 언니라는 이름의 족보를 알까

타국에서 고생하는
-언니
1달러면 살 수 있는
캄보디아 언니

여행지에서 굳이 눈여겨 보지않고 지나칠 일, 잠시 실소에 그칠 순간의 풍경에 눈길을 멈추고 놀라운 포에지를 포획하고 있다. 비감과 풍자를 병치하여 민첩과 기지가 예리하게 시 전문을 이끌어가고 있다. 시인은 언어의 鍊金術사 라고도 한다. 캄보디아의 언니와 우리들의 언니, 엉뚱한 이질성 앞에서 왠지 동질성의 悲感이 깔려든다. 언어는 시대성과 역사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삶의 몸짓이라고 한다.
언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 하거나 소멸되기도 하고 축약되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언니는 현대사의 흐름 가운데 숱한 질곡과 슬픔을 이겨내 왔다. 화도진 나루에서 청나라로 끌려간 여인들,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끌려가 고난을 겪은 여인들, 가난했던 시절의 산업현장에, 만원 버스에 매달려 가족을 이끌어 간 그 언니는 나라와 가족을 지킨 위대한 언니이고 박수근의 명화 ‘아기 업은 언니’의 모성지향의 아름다운 서정의 고향이다. 1달러면 살 수 있는 캄보디아 언니, 아름다운 역설이다
경쾌한 웃음이 짠하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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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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