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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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부터 한국교회에 섣부른 기대를 갖게 했던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논의가 결국 예상대로 실패 수순에 접어들었다. 양 단체가 지난 1월 말에 발표한 통합 합의서에 호언장담한 2월 통합은 이미 물 건너간지 오래고, 이후 간간히 거론되던 3월 통합도 무시된 채 바통을 4월로 넘겼다.
하지만 ‘변승우’라는 문제적 인물의 등장은 이마저도 힘들게 하고 있다. 한교연 실무자에게서 ‘통합 불가’라는 공식적 입장이 나왔고, 변 목사를 문제 삼는 한교연의 행태에 대해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역시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에서 거론되는 ‘통합’이란 단어의 무게가 심히 가볍다. 분열과 다툼으로 얼룩진 그릇된 과거 위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담보할 유일한 대안일진대, 어느 순간 통합은 아무 시장에서나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잡다한 물건보다도 못한 느낌이다. 마치 그 책임에 대한 무게는 전혀 없는 듯 아무나 시장에 들어가 “아저씨 통합 주세요. 없으면 말구요”하며 한국교회를 떠보고 있는 듯 하다.
지금 한국교회에 있어 통합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이자 사명으로, 결코 우리가 잊어서도, 외면해서는 안 될 가장 중대한 명제이지만, 그렇다고 진심도, 의지도, 책임도 갖추지 않고, 수시로 언급할 만큼 가벼운 단어가 아니다.
통합은 지금 이 순간 한국교회에 가장 중대하고 무거운 약속이다. 하지만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 이후 한국교회는 지금껏 10번 남짓의 통합 합의서를 남발해 왔다. 심지어 한교연과 한교총은 통합총회까지 열어 놓고도 막상 연말에 가서는 이를 뒤집기도 했다.
반복되는 통합선포와 취소 속에 한국교회의 통합은 그 본질을 잃었다. 아니 하나됨의 본질은 그대로 살아있을진대 분열의 심각성을 망각하며, 통합의 필요성을 더 이상 아무도 절실히 지적하지 않고 있다. 만연된 분열과 반복되는 통합 실패, 그리고 쇼로 전락해 버린 연합단체들의 통합선포, 이 모든 것이 맞물려 한국교회는 그 어느 기독교 역사에서도 본적 없는 저렴한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는 교계가 저들의 통합 실패에 비난을 주는 것조차 아까워 하는 듯 하다. 애초에 진심이 없는 교계의 통합에 관심을 끈 지 오래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저들의 쇼에 흥미를 잃었다.
분열의 고착화, 수년 전 한국교회가 진정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분열의 고착은 통합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 무엇보다 무겁고 간절했던 통합은 어느새 그 무게를 잃고, 가볍게 공중을 떠돌다 이제는 아예 보이지 않는 하늘로 날아갔다.
우리는 통합의 무게를 다시 찾아야 한다. 통합의 진정성을 찾아 교계가 이루고자 했던 애초의 본질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더 이상 한국교회 통합이 양치기 소년의 심심풀이 거짓말로 반복되어서는 아니된다.
양치기 소년이 주는 가장 무서운 교훈은 반복되는 가짜 속에 진짜마저 가짜가 되게 하는 동네주민들의 의심이다. 지금 한국교회 1000만 성도들은 그동안의 교훈을 바탕으로 종로 5가에 있는 양치기들의 ‘통합 선포’를 더 이상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이미 통합은 또다른 정치적 야합이나 사익 창출의 수단이 된지 오래다. 이익이 없다면 굳이 통합이 절실하지 않다. 반드시 얻는 것이 있어야 하는 반면, 자신이 조금이라도 잃게 된다면 그것은 불의한 통합이라 비난했다.
한국교회를 위하고, 교계의 연합과 화합을 위한다는 궁극적인 대의는 사사로운 욕심 속에 묻혀 버렸다.
지금 한국교회의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 모두는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고, 그 어떤 것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통합이 불가한 진짜 이유다.
하나됨을 위한 통합의 길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희생이 결코 헛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희생이 가져다 준 통합이라는 거대한 결과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100년을 지탱해 줄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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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통합이 불가한 진짜 이유/심 영 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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