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1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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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10세기 헤이안시대의 서예가 오노도후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서예공부에 진전이 없었다. 아예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싶어 어느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스승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갔다. 그런데 스승의 집 앞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버드나무 가지를 향해 계속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너도 나처럼 불가능한 것에 힘을 쏟고 있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쉬지 않고 계속 뛰어오르던 개구리가 결국 버드나무 가지를 잡고 나무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그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미물도 저렇게 죽을힘을 다해 나무에 오르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하다니 참 부끄럽구나’ 그는 그 길로 다시 서예공부를 시작, 중국 서체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서체를 완성하고 일본 3대 서예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최악일 때가 최고의 기회가 된다. 내가 실패해 절망 중에 있을 때 축복의 손길은 찾아온다.
그런데도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실패 없이 항상 최상을 기대하고 ‘한방’만을 꿈꾼다. 그리고 실망하고 분노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곧 바로 성공으로 가는 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로 잘 알려진 프랑스 극작가 사뮈엘베게트는 이런 말을 했다. ‘다시 도전하라, 또다시 실패해도 좋다. 이번엔 한결 성공에 가까워져 있을 테니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밑거름 삼아 희망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는 그의 산문집 ‘내 생애에 단 한번’에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노인이 죽은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해 상어와 싸우면서 하는 말은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라고 했다. 그리고 장 교수는 ‘희망을 보고도 가지지 않는 것은 빛을 보고도 자신을 어둠속에 가둬버리는 자살행위와 같다’ 라고도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의 삶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타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말에서 떨어지지 않고 잘 타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말을 잘 타는 사람도 말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말에서 떨어져도 희망을 갖고 다시 올라타면 된다는 사실. 그런데도 우리는 희망과 절망을 구분해서 생각하고 희망을 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하고 희망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어떤 큰 고통이나 실패의 고비도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다. 1995년 10월 11일, 40년 동안 수제화를 만들던 남궁정부씨는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술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다 그만 선로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병원에서 깨어보니 한쪽 팔이 없었다. 그는 절망했다. 죽고 싶었다. 퇴원 후 그는 의수를 맞추러갔다. 그러자 보조기 가게 주인이 오랫동안 구두를 만들어왔으니 장애인용 구두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는 바로 이거다 싶어 곧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손만으로 구두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구두 한 컬레를 만들기 위해 온몸을 쓰지 않으면 안 됐고, 어떤 때는 칼질을 잘못해 허벅지를 찌르기도 했다.
그가 왼손을 자유자재로 놀리면서 구두 한 컬레를 만들게 된 것은 5년이 지난 후였다. ‘꿈꾸는 구두 5만 컬레’ 라는 책에서 그는 ‘내가 만들어준 신발을 신고 40년 동안 앉아만 있다가, 처음 걷게 되었다는 사람, 맞는 신발이 없어 붕대를 감고 다니다 처음으로 자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갖게 됐다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누군가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한다. 만일 그에게 불행한 사고가 없었다면 그의 말대로 그는 그저 ‘예쁜 구두를 만드는 사람’ 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희망’ 이라는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이 또한 불행이라는 고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결과였다. ‘오른팔이 없는게 아니라 오른팔 빼고는 다 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인 것을 깨닫게 하기위해 오른팔이 사라졌다’ 생각함으로써 그는 장애인용 구두를 5만 컬레나 만드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렇게 고통은 선택적이다. 선택은 항상 나의 몫이다. 내가 직면한 삶의 고통스러운 사건 앞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에 달려 있다. 또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온 이 중 남아프리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가 있다. 만델라는 정치범으로 독방에 수감 된지 4년째 되던 해 어머니를 잃었고, 이듬해에는 큰아들을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아내와 딸은 강제로 흑인 거주 지역으로 끌려갔고, 둘째 딸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족들이 자기 때문에 고통 받는다고 생각하며 절망감만 커져갔다. 그렇게 감옥에 있는지 14년째 되던 해 맏딸이 그를 찾아왔다. 전에 손녀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감옥으로 편지를 보낸 맏딸이 손녀의 이름을 물었다. 만델라는 작은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딸은 그 쪽지를 조심스럽게 펼쳐보다가 그만 눈물을 흘렸다. 쪽지에 적힌 손녀의 이름은 바로 ‘희망’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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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극복한 한 서예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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