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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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요즘 시인 정호승 산문집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에 나오는 새들의 집짓는 이야기를 읽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TV에서 까치부부가 집을 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까치부부는 도심의 가로수 윗동에다 집을 짓기 위해 끊임없이 나뭇가지를 부리로 물어다 날랐다. 겨울에 사람들이 나무의 윗동을 마치 새총처럼 잘라놔 까치부부가 물어온 나뭇가지는 얼키설키 엮이지 못하고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받침대 역할을 하는 가지하나 남아 있지 않아 집의 기초공사를 할 수 없는데도 까치부부는 거의 한달 동안이나 거리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물어다 날랐다. 까치들은 집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어 사람들이 집을 없애버려도, 원래 있었던 그곳에 다시 지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때 그는 문득 봄이 오면 왜 꽃샘바람이 꼭 불어오는지, 나뭇가지가 왜 바람에 잔잔하게 부러져 거리에 나뒹구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까치와 같은 작은 새들로 하여금 집을 지을 때 그런 나뭇가지로 지으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만일 꽃샘바람이 불지 않고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를 생각했다. 또 떨어진 나뭇가지가 마냥 크고 굵기만 하다면 새들이 그 약한 부리로 어떻게 나뭇가지를 옮길 수 있었을까?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튼튼한 집을 짓더라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까치처럼 바람 부는 날에는 집을 짓지 않고 편안하는 날에만 인생의 집을 지으려 하다가 결국 부실한 집을 짓지 아니했든가를 생각하면서 깊이 뉘우쳤다. 그랬다. 나는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무슨 일을 하다가 힘들면 나중에 하지‘ 하고 뒤로 미뤘고, 꼭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오늘은 비가 오니까, 몸이 안 좋고 기분도 안 좋으니까’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곧 잘 내일로 연기했다. 상항이 좋을 때를 기다리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힘든 상황에 일하는 것보다 쉬운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좀 쉽게 일하자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날씨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듯이 좋은 상황을 내 힘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남은 생애에 집을 잘 지으려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먼저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강영우 박사의 글을 읽었다.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미국 유학을 갔고, 고난 끝에 한국 최초 맹인 박사가 됐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당당히 백악관 공무원으로 입성해 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6.25 전쟁으로 아버지, 어머니, 누나를 사별하고 슬픔 속에서 사고로 실명까지 했다. 그 후 한국 장애인 최초 정규 유학생이 되어 아내와 함께 도미했다. 3년 8개월 만에 피츠버그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 심리학 석사, 교육 전공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76년 한국 최초 맹인 박사가 되었다. 그는 정진하면 꿈을 실현하는 성취자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믿었다. ‘나는 택시 기사가 승차를 거부하고 버스차장이 밀어내는 멸시와 천대를 받던 인생이었다. 하지만 세계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사회와 국가와 세계를 무대로 봉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만약 그가 열등감을 감추는 데 급급한 삶을 살았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꿈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역경 중에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모래위에 집을 짓지 아니하고 반석위에 집을 지었다(마7:24~27) 이처럼 상황은 같지만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열등감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부족한 학위, 어학실력, 몇 개 안 되는 자격증, 화려하지 않는 스펙, 가난한 환경, 남겨진 빚, 부모부양, 집안의 가정이라는 무게에 집중하다보면 온전한 자신과 만날 수 없다. 열등감에는 행운의 씨앗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환경에서도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좋은 집이나, 혹은 부실한 집을 지을 수 있다. 다음으로 세계의 최정상급 운동선수들, 세계적인 연주자들, 세계 최고 경영자 협회 회원들, 미국 상하원 의원들, 기자들,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가수들, 유명한 배우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대부분 어려운 시기를 인내하며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극한점을 넘어. 인생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어느 분야라고 해서 더 쉬운 분야는 없었다. 모두 강한 바람이 불 때 집을 지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트로피를 쥐었다. 우리가 잘 아는 빌게이츠는 ‘나는 10대 시절부터 세계의 모든 가정에 컴퓨터가 한 대씩 설치되는 것을 상상했고, 또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고 외쳤다. 그게 시작’이라고 했다. 그게 그의 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성취했다. 비틀스의 폴매카트니는 ‘꿈을 글로 적는 습관이 비틀스의 성공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했다. 시각적 상상, 쓰기를 통해 꿈을 성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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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이 불 때 집을 짓는 까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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