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살아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리더의 존재와 리더와 구성원 간의 적합한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오래 전 어느 일간신문에 ‘제왕들의 성공학’이라는 기획물이 연재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고구려부터 조선대에 이르기까지 아홉 명의 왕을 중심으로 그들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이 분석되었다. 물론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들이 오늘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더 검토해 보아야 하겠지만, 몇 가지 좋은 시사점은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첫째로 눈에 띄는 것은 개혁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 즉 미래에 대한 확고한 꿈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의 성공에 도취되거나 성급한 개혁을 시도하는 일은 미래적인 안목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온전한 개혁은 단지 눈에 보이는 문제의 해결만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것들을 요구한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성격은 무엇이며 또한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작업 역시 보다 넓은 미래적 안목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개혁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넓은 그림 속에서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구성원의 설득과 동의를 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비전이 거시적인 방향의 제시라면 개혁은 실제적인 변화를 요청한다. 따라서 지도자들은 그 비전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개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정책이 있어도 백성의 동의나 공감을 받지 못했던 정치는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 분석의 결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며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나의 재임 중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은 개혁을 실패하게 만든다. 개혁은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개혁과 혁명의 차이점이다.
셋째, 진정한 개혁은 자기개혁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치적 지위나 입장을 앞세우며, 제 멋대로 행하는 자의(恣意)적 리더십이 실패를 가져왔다는 것은 이 점을 강조한다. 진정한 자기개혁이 없이는 동의와 설득,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누가 지도자가 되든지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지도자는 겸손하여야하고, 자기 한계성을 알아야 하며, 부단한 자기성찰을 필요로 한다. 자기만이 개혁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자신은 개혁의 대상이 된다. 많은 지도자들의 실패는 무엇보다도 자기관리에서의 실패이다.
넷째, 측근정치의 문제점이다. 측근정치가 이루어지면 의사수렴의 통로가 좁아져 군주는 한쪽 이야기만 듣게 되며, 공적인 관계가 아닌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많은 것을 의존하게 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분파적 개혁은 성공의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끌어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념과 출신과 배경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인재의 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어적이거나 수세(守勢)적인 지도력, 분파적 개혁, 폐쇄적 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은 자명한 일이다. 더 나아가 주도권, 이익이나 권력, 사리사욕의 쟁취를 위해서 개혁을 앞세운다면 이는 다시 자멸을 의미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근년에 제안된 ‘변혁적 리더십’의 개념 역시 중요한 시사점을 주며 이와 일맥상통하는 교훈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변혁적 리더십은 ‘거래적 리더십’과 대응되는 개념이다. 거래적 리더십은 단기성과를 보상으로 구성원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임에 비해서 변혁적 리더십은 미래의 비전과 공동체적 사명감을 강조함으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변혁적 리더십에서 리더는 우선 구성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자신이 모델이 됨으로 구성원을 이끄는 힘이 되어야 한다. 또한 리더는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그런 변화의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영감을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리더는 낮은 수준의 신체적인 필요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을 높은 수준의 정신적인 필요로 끌어올린다. 여기서 항상 강조되는 것은 리더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으로 여기에는 ‘지적자극’, ‘신뢰감’, ‘인격적 존중’, ‘수행과제의 가치와 당위성 강조’ 그리고 ‘영감적 동기부여’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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