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의 경제 규제로 한일 관계가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역대 정부가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외교로 풀어야 할 사안을 일본이 경제보복 카드를 내든 것은 헛발질을 하는 것이다.
한국은 사법부를 앞세워서 일본을 압박하고, 일본은 무역 수출규제로 한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한 꼴이어서 괜히 양쪽 국민에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만 쌓이게 되었다.
사실을 말하면 그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과거사 문제를 다르게 대처해온 한국측이 빌미를 제공한 면이 있지만, 그 근본 원인은 두말할 필요없이 일본측에 있다. 지금 한반도 분열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내선일체를 내세운 일제의 한반도 침략에 있고, 일제 식민지 36년 간에 한민족에 저지른 죄악에 대한 배상은 단순히 한일협정으로 그 역사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피해를 입은 그 세대의 요구에 어떤 모양으로든 응해야 옳다.
우리는 역사이래 한 번도 일본열도를 침략한 일이 없다. 그러나 일본은 1592년에 임진왜란으로 한반도를 침략해 7년간 수많은 희생자를 내었고, 1910년 일제 침략으로 대한제국이 사라지고, 대한민국은 해외에 임시정부를 꾸리고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떠돌았다. 일제가 한반도를 침략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남북분단도, 6.25전쟁도, 그 모든 원인제공에는 일본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노무자로 끌려간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수도 없이 전쟁터에서 희생되었다. 그래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그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판을 해온 강제징용 피해자는 그나마 이제 몇명 남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들에게 당연히 해주어야 할 피해배상을 정부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태도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정치인들이 순전히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양국 모두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여기에 동조하는 가벼운 사람들이 애국심을 무기로 불매운동 운운하는 것 또한 옳지 않은 일이다. 한번 상한 감정을 되돌리기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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