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의 등장이 유난히 뼈아픈 것은 그간 교회협과 한기총으로 나뉘어 안정적 구도를 형성해 오던 한국교회 연합운동 전선을 완전히 깨뜨렸다는데 있다. 차라리 한교연이 기존 한기총을 완전히 흡수해 교계 보수세력의 새로운 대표자로 우뚝섰다면 모를까 한기총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몇몇 주요 교단만을 앞세워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낸 것은 보수연합운동의 분열과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당시 한교연에 참여한 교단들은 한기총 내 스며든 ‘이단’과 함께할 수 없기에 새로운 단체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며 그 창립목적을 정당화 했지만, ‘이단 문제’는 그저 하나의 명분일 뿐, 실제는 주요 교단과 몇몇 정치꾼들의 권력욕과 정치의 산물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는 한교연의 창립을 담당했던 실무자가 추후 한교연의 창립이 결코 이단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욕심의 결과였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키도 했다.
한교연이 한기총에서 갓 분열해 나온 시점에서는 통합, 백석, 합신, 고신, 기성, 예성 등 주요 교단들이 힘을 보태며, 단기간에 한기총 못지 않게 교계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애초에 분열이라는 한계가 있었기에, 정부와 지자체 등의 대내외적 주요관계에 있어 여전히 대표는 한기총이었고, 한교연만의 구분된 역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터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이라는 새로운 단체의 결성은 그야말로 한교연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사실 한교총의 분열은 애초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교단장회의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주도하는 체 하다가, 어느 순간 통합이 미진함을 이유로 한교총을 창립했으니 말이다.
한교총의 등장은 한기총에게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으나, 한교연에는 직격탄이 됐다. 교계 대표성을 두고 경쟁하고 있던 한기총에 비해 역사, 명성 모두가 뒤쳐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앞선 것이 주요 교단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들 교단들이 대부분 한교총으로 넘어가며, 한교연에는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게됐기 때문이다.
사실 한교총의 분열 방식은 과거 한교연의 분열방식과 거의 흡사했다. 애초 한교연의 분열을 보며 교계가 우려했던 것은 분열의 연속성이었다.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시작된 분열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다는 것을 한국교회는 지난 교단 분열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교연은 스스로 분열을 언제나 대비했어야 했겠지만, 이를 막지 못했고, 결국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 등 3개 보수 연합단체 중 가장 최약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한교연은 어느 순간 교계 연합기관으로서의 연합운동보다는 나머지 두 단체와의 통합 시도에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창립 이후, 한기총, 한교총 등과 통합을 시도한 것만 무려 6~7차례로 한교총과는 통합총회를 개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끝내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끝내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연합단체에 있어 회원의 존재가 중요한 것은 단체의 운영을 할 수 있는 재정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허나 한교연도 한기총과 마찬가지로, 분담금을 낼 수 있는 주요 교단들이 떠나가다 보니, 단체 역시 재정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됐다. 재정난은 사업의 축소로 이어지며, 이는 연합단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감당치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재정난의 여파는 반대로 재정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에 특권을 안겨준다. 마땅히 회원이 중심이 되어야 할 연합단체가 대표중심의 연합단체로 바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한기총과 마찬가지로 대표자가 전체 운영비의 대부분을 감당하는 형태로, 곧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이는 대표가 될 수 없는 악순환을 양산한다.
단체 역시 그런 특정인에 대한 대접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한교연은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의 취임 이후, 권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회복지단체 성민원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직접 배포하고 있다. 한교연의 가입 단체라는 명목으로 언론 홍보를 자처하고 있지만, 한교연이 여타 단체들의 홍보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분명한 특혜임이 틀림없다.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를 자처하면서도, 대표가 관여하는 기관의 홍보를 맡고 있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모순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현 한교연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일지도 모른다.
한교연은 현재 완전히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더 이상 교계는 한교연에 연합단체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으며, 한교총, 혹은 한기총 중 어느 곳과 통합을 먼저 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