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연에 이어 제3의 보수단체로 출범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등장은 교계 구성원들 사이에 극명히 호불호가 갈렸다. 가뜩이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로 보수세력이 약화된 상황에 한교총을 창립하는 것은 보수의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적 입장과 더 이상 한기총과 한교연에 교계를 맡길 수 없기에 새로운 단체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먼저 당시에는 한교총의 창립 과정이 분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보수의 자멸을 우려하는 반대측의 입장이 힘을 얻었다. 사실 한교총은 결코 등장해서도, 등장할 필요도 없는 조직이었다.
한교총의 모태는 어디까지나 교단장들의 친목모임인 교단장회의로, 단순 친목체인 교단장회의가 교계 연합운동에 목소리를 낸 것은 어디까지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촉구하면서다. 교단장회의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로, 교계 연합운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고, 대외적인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며, 한기총과 한교연의 재통합을 촉구했었다. 허나 일정시간이 지나 교단장회의는 자신들의 통합 요구에도, 양 단체가 응하지 않는다며 돌연 ‘제3단체’의 창립으로 방향을 바꿨고, 한국교회에 제3단체를 통한 사실상의 ‘헤쳐모여’를 선언했다.
이러한 분열을 주도한 것은 자칭 주요교단들이었다. 이들은 과거 한기총에서 한교연으로 분열할 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한국교회임을 자처하며, 한교총의 창립을 분열이 아닌 교계 통합으로 포장했다. 합동, 통합, 기감 등의 3대 교단부터, 고신, 합신, 백석, 여의도순복음 등 중대형 교단들이 합세한 한교총의 모습은 과거 한기총의 모습에 매우 근접한 모습이었다.
허나 문제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한기총과 한교연이었다. 사실 한교총의 등장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한교총이 여타 단체를 자연스레 흡수함으로, 다시 하나의 보수 단체로 거듭나야할 것인데, 예상대로 한기총과 한교연의 존재는 건재했다.
물론 한교총으로 인해 주요교단들을 잃게된 한교연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한기총은 특별히 받을 영향이 없었다. 이미 중소교단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를 구축했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한기총의 이름이 가진 교계 대표성은 여전했기에, 한교총의 등장에 동조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한교총이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새로운 대안으로, 통합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역할에 전혀 부합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한교총이 대내외적인 대표성을 점차 확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은 한교총 자체의 공이라기보다는 전광훈 목사로 인해 극심하게 정치화된 한기총과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교연으로 인한 반사적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제 교계는 더 이상 이들 단체의 통합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단연 압도적인 세력을 갖춘 한교총을 통해 교계가 재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반정부집회를 통해 교계 내부의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는 한기총이 더 이상 교계 대표 연합단체로 호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과 짙게 갈려 있다. 특히 막말과 폭언을 일삼으며, 정치집회를 주 목적으로 하는 한기총과 같은 변종 단체의 등장이 보수 교계의 분열로 인한 참담한 결과임을 인식하며, 다시 보편적 교회로의 회복을 위해 한교총으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과거 교회협과 한기총으로 대표되던 교계 연합구도가 이제 교회협과 한교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나 이러한 재편을 위해서는 내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진보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교단과 보수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교단들이 자기 입장을 확실히 찾아 단체를 택할 필요가 있다.
현재 통합측과 감리교 등은 진보와 보수의 소통을 이유로, 교회협과 한교총 모두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소통이라는 애초의 목표와 달리, 양 단체 모두의 정체성을 흐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동성애, 종교인 과세, 역사 문제 등 진보와 보수의 입장 차이가 분명한 사안에 있어, 이들 교단들은 교회협에서는 찬성 목소리를 내고, 한교총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는 모순적인 입장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어차피 교회협과 한교총의 최종 통합은 불가하다. 차라리 보수와 진보가 건전한 교제와 견제를 통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는 교회협과 한교총은 연합운동을 이끌 두 바퀴로 존재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양 단체가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이런 전제에서 통합측과 감리교는 한교총을 정리하고, 교회협에 매진해야 함이 옳다. 굳이 한교총을 교계 권력 쟁취를 위한 투쟁의 장으로 생각지 않는다면, 사실 한교총을 정리하는게 이들 교단 입장에서 그리 어려울 것도, 미련을 가질 이유도 없다.
올 한해는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이 반드시 새로 정비되어야 한다. 한기총이 여전히 한국교회의 대표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폭주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재하지 못하는 것은 현 교계 연합운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한교총이 보수교계의 대표성을 완전히 획득해야 함은 필연적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