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0(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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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이야기

가녀린 갈대가 자라고 있는 시냇가에 떡갈나무가 서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면 튼튼한 떡갈나무는 수많은 팔들을 하늘로 뻗치며 자랑스럽게 버티지만, 갈대는 머리를 낮게 드리우고 애처롭게 슬픈 노래를 불렀습니다.

 

떡갈나무가 말합니다. “너희들이 불평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 수면에 일렁이는 산들바람에도 머리를 숙이는 것을. 그렇지만 힘이 센 나는 큰 바람에도 꼿꼿이 버틸 수 있다네. “

 

갈대들이 응수합니다. “우리 걱정일랑은 하지 마셔요. 바람은 우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답니다. 우리는 바람 앞에서 절을 하기 때문에 꺾이지는 않는답니다. 당신들은 긍지와 힘을 앞세워 지금까지 바람에게 저항해왔지요. 그러나 목숨이 다할 때가 곧 올 텐데요. “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북쪽에서 큰 허리케인이 불어왔습니다. 떡갈나무는 자랑스럽게 바람과 맞섭니다. 한편 양보할 줄 아는 갈대는 낮게 머리를 드리웁니다. 바람이 맹위를 떨치며 더 세게 불어오자 그 큰 나무는 뿌리째 부러져서 동정어린 말을 나누어오던 갈대들 틈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떡갈나무가 강물에 떠내려가며 갈대에게 묻습니다. “너희들은 약해서 비실비실하는 터에 어떻게 강한 바람에 뿌리가 뽑히지 않은 거지?” 갈대가 대답합니다. “당신네들은 바람에 맞섰기 때문에 뿌리째 뽑힌 것이지요. 우리는 어떤 바람에도 머리를 숙이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다오.”

 

파스칼의 <팡세>

인간은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뭉개 죽이기 위해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약간의 증기나 한 방울의 물이라도 그를 충분히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설사 우주가 그를 눌러 뭉갠다 해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자보다 더 귀하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과 우주가 자신에 비해 우세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라퐁텐의 <참나무와 갈대>

라퐁텐은 이솝의 <갈대와 떡갈나무>를 바탕으로 해서 <갈대와 참나무>라는 이야기를 썼다.

어느 날 참나무가 갈대에게 말했습니다. “그대에게는 자연을 나무랄만한 까닭이 있지 않겠소? 그대의 가지에 머물기에는 새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지요. 제멋대로 부는 미풍도 수면에 잔잔한 너울을 일으켜서는 당신이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걸요. 그런데 나의 가지는 풍성해서 코카사스 산맥처럼 태양빛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강한 폭풍의 힘도 받아들인다오. 그대에게는 격하기만 한 북풍도 나에게는 순풍이랍니다. 그러니 만약 그대가 숲속 나의 나무그늘에서 자라고 있다면 나는 이웃의 정의로 그대를 보호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대는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폭풍으로 부터 그대를 방어할 것이니까요. 그러나 그대는 늘 바람의 왕국 변두리 습지에서 자라고 있지 뭡니까. 그대에 대한 자연의 처사는 부당하다고 나는 생각한다오.”

 

작은 목소리로 갈대가 대답합니다. “당신의 동정은 선의에서 온 것일 터이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는 바람이 당신보다 는 훨씬 덜 귀찮답니다. 나는 흔들리긴 하지만 꺾이지는 않거든요. 지금까지 당신은 강풍에게 등을 굽히며 견디어 왔습니다. 그러나 끝이 올 때를 기다려봅시다. “

 

갈대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지평 끝에서 부터 가장 무서운 소용돌이가 불어 닥치더니 북풍이 참나무 한 가운데로 맹렬하게 몰아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참나무는 잘 견디어냈지만 갈대는 스러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바람이 불어 닥치자 마침내 참나무가 뿌리째 뽑혀버렸습니다. 머리가 하늘에 닿을 만큼 큰 나무는 그 발이 죽음의 나라에 닿아 있었습니다.

 

갈대를 동정해서 보호하겠다는 참나무의 실상은 자기중심적이어서 갈대를 멸시하고 자신의 강함을 자랑했을 지도 모릅니다. 갈대는 겉보기와는 달리 강풍에도 잘 대처할 줄 알았습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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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칼럼] 갈대와 떡갈나무 -이솝, 파스칼, 라퐁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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