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춘오 목사(발행인)
◇ 초기 기독교가 교리 논쟁이 한창이던 4세기에 유명한 교부 중에 암브로시우스(Ambrose, 374-397년)가 있다. 그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주교로서, 저 유명한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에게 세례를 베푼 멘토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암브로시우스가 주교가 되는 과정이 특이하여 교회사에서 크게 회자되는 사건이 있다. 암브로시우스는 당시 서방제국의 주요 지역 가운데 하나인 갈리아(지금의 프랑스와 라인강 서쪽 지역)를 통치하는 총독의 아들이었다. 그는 로마에서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이탈리아 북부를 다스리는 집정관(장관)이 되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 로마 다음 가는 제2도시로서 황제들이 자주 거주하는 곳이기도 했다. 따라서 로마 사회의 새로운 종교로 등장한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도시였다.
◇ 그런데 암브로시우스가 374년, 그곳 장관으로 부임한 때에 이 도시의 주교가 죽고 후임자 선출 문제를 놓고 혼란에 빠져 있었다. 직전 주교는 니케아회의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아리우스 파의 카바도키아 출신 아욱센티우스(Auxentius)였다. 그때 가톨릭 파와 아리우스 파 간에 후임은 서로 자기네 편 사람을 주교로 세워야 한다며 분열이 일어났다. 대다수 시민들은 정통 파인 가톨릭 쪽에 지지를 보냈지만, 발렌티아누스 2세 황제의 어머니인 유스티나 황후가 아리우스 파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둘로 갈라져 있었다. 이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정치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여차하면 유혈 사태가 벌어질?조짐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자신에게 이 사태를 진정시킬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암브로시우스는 이 험악한 분위기를 설득키 위해 중재에 나섰다.
◇ 다행히 양측은 그의 의견에 동의해 주교를 뽑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양측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암브로시우스가 회중?앞에 나서서 발언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뒤쪽에서 한 소년이 손을 번쩍 들고 "암브로시우스를 주교로 세우세요, 암브로시우스를 주교로 세우세요!"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거기 모인 회중은 일순간에 압도되어 "아멘, 아멘!" 하고 동의했다. 그러나 암브로시우스는 그 당시 세례도 받지 않은 교리문답자에 지나지 않았다. 암브로시우스는 당황하여 "나는 아직 세례도 받지 않았는데 무슨 주교입니까 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밀라노 시민들은 가톨릭 파든, 아리우스 파든 어느 한쪽에서 주교가 나오게 되면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중립적인 암브로시우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자칫 큰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그는 결국 8일 만에 승복했다. 곧바로 사제들이 세례(44세)를 베풀고, 이어서 밀라노 주교로 임명했다. 세례로부터 주교가 되기까지 불과 3일이 걸렸다. 그런데 그는 이때부터 모든 공직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평생을 교회를 위해 산 초기 기독교 세계에 위대한 주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불교의 진리를 깨닫는 수행 중에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있다. 돈오돈수란 말은 불교의 수행 진리를 오랜 기간 배우지 않고도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깨닫는 것을 뜻한다.
이후 암브로시우스는 아리우스에 대해서 단호히 비판하고, 니케아 신앙이 승리를 거두게 하는데 이비자했다. 암브로시우스는 바로 기독교의 정통주의와 그 사상을 돈오돈수 한 셈이다. 오늘날에도 우리 교계에는 전통 있는 교단이나 명망 있는 신학교를 나오지 않고도 정통성과 깊은 영성을 가진 설교자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이들이 기독교 진리를 돈오돈수 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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