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이억주 목사
지난 10일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 대한민국을 처음으로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면서, ‘주적’(主敵)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지난 2021년에는 남조선이 결코 주적이 아니라고 하였고, 2022년 그의 여동생 김여정도 남조선은 주적이 아니라는 말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에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이라고 했다가, 올해 들어 ‘주적’이라는 명백한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북한은 우리 대한민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말투나 표현을 금지하는 ‘반동사상 문화배역법’을 제정하였고, 한류와 같은 외부 문화를 차단하기 위하여 이런 문화물을 유포하는 자들은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2024년 들어와서는 그들의 본색을 드러내어, 대한민국을 주적의 개념에 편입하면서, 우리나라를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헌법까지 바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지난 15일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그들의 헌법에서 ‘평화 통일’의 내용을 삭제하고, 남한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넣어야 된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동안 북한이 얼마나 대한민국에 대하여 적대적인 내심을 숨기고 있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대남 창구 역할을 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지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에 계속 유지해 오던 남북 관계의 기본 틀을 깨자는 것이 된다. 그야말로 김정은 독재자의 본색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저런 태도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분석하기를, 북한은 자기들이 하는 일들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 한반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것, 그리고 올 4월에 있게 될 대한민국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심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노림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오늘날 북한이 저 정도로 무너진 것은 공산당사(共産黨史)에 전무후무한 3대 세습으로 정권을 잘못 유지해 온 결과이다. 아무리 북한과 같은 공산국가라 할지라도 소련, 중국, 베트남 등은 일종의 개혁•개방정책을 썼다. 그 개혁•개방을 하려는 명분은 공산당 전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북한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에 의한 3대 세습 정권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할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비판이나 개혁을 도모할 수 없었고, 오직 무기 개발과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 정권을 유지해 오는 방법을 써 온 것이다. 그마저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이 분단된 지 79년이 되었으나 여전히 대한민국에 대한 적화(赤化)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정말 인민들을 위하고 평화를 사랑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비극적 폐쇄주의, 영구히 변하지 않는 살인적, 전쟁광적 대적관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은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고 하였다. 무력으로 자유와 평화를 짓밟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핵으로 일어선 자는 반드시 핵으로 망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역대 정부는 저들의 요구대로 ‘퍼주기’와 핵을 개발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는 감언이설(甘言利說)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우리나라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속내를 제대로, 확실히 파악하여, 그에 걸맞는 대북 정책을 써야 한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근 80년 동안 분단된 것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이념 등 모든 면에서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이제는 막연한 일방적 ‘통일’보다 우선은 북한이 힘에 의하여 꼼짝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안보와 국방, 외교와 국제적 결속을 다져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북한의 3대 세습에 의한 주민 폐쇄와 그 강요에 의한 일방적인 주권과 인권 유린이 아닌, 북한 주민들이 변화를 일으키도록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