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교수(강서대학교 전 총장)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결정한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정상회담, 이 결정에 대한 정권 차원의 고민이 있었겠지만, 국익에 미칠 영향을 따져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NATO는 북미와 유럽 중심의 군사동맹체이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전략파트너들과의 협력, 특히 중국·러시아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버 안보, 방산 협력, 기술 동맹 등으로 역할이 확대되었다. 우리나라는 회원국은 아니지만 파트너 국가(Asia-Pacific Four)로서 2022년부터 초청을 받아 정상급 외교를 이어왔다. 그렇기에 이번 이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불참 결정은 여러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
먼저 가장 큰 우려와 부정적 영향으로는 (1)글로벌 외교 네트워크의 약화이다. 살펴보면 새 정부 출범 직후 세계 리더들과의 직접 대면 기회인 NATO는 이 대통령의 국제적 위상과 신뢰 구축에 매우 중요한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참은 나토 및 서방국가들에게 ‘한국의 외교적 후퇴’로 비칠 수 있다. 특히 미국, 유럽, 호주, 일본과의 다자외교에서 입지 약화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자칫하면 미국과 일본과 함께 하는 대중·대러 견제 틀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NATO는 최근 중·러의 영향력 확장에 대한 견제의 장이 되었기에 한국이 불참은 안보·경제 측면의 공동 대응 논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2)방산·기술 산업 외교의 기회 손실이다. NATO 회의 기간 중 열리는 정상회담은 방산 수출, 기술 협력, 에너지 안보 분야의 정상급 교섭 기회임에는 특림없다. K-방산, 반도체, AI 등 전략산업 외교 무대를 놓치는 것은 엄청난 국익의 손실이다.
그러면 이런 선택을 한 이 대통령과 신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1)표면상으로 균형외교의 의지로 보인다. 나토의 성격상 중국·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외교 무대인데, 균형외교 또는 비동맹적 중립외교를 추구하는 관점에서 불참은 그 전략의 일환일 수는 있다. (2)한중 관계 개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간 확보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3)국내 우선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도 하다. 취임 직후라서 민생·경제 회복·개혁 드라이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외교보다 당장은 국민’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의도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외교·경제 실리를 챙기려면 초기 외교 무대인 NATO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보다 유리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중심의 다자외교 흐름에서 한국의 입지와 안보 전략을 어떻게 설정하고 유지할지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 일부 평론가들과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NATO 정상회담 불참을 국제 정세 속에서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지만 정말 “친미 일변도 외교에서 균형외교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선택한 전략적 불참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외교적 성과나 메시지 보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보이지 아니한다.
반면 이에 따르는 전략적 리스크인 오해와 신뢰 손실의 가능성이 높졌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신정부가 자신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약화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미동맹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경우, 북핵 대응, 방산 협력, 기술 안보에서 한국 입지의 약화는 불문가지이다. ‘균형외교’는 결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국제 정세가 미중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면서, 양쪽 모두 중립을 허용하지 않는 압박 외교가 현실이다. 이는 '전략적 모호성'이 오히려 양쪽 모두의 신뢰를 잃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의 NATO 정상회담 불참은 단기적으로 중·러의 반발을 사전 차단하고 경제적 충격을 줄이려는 ‘방어적 외교’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균형외교를 위한 시험적 조정일 수 있으나, 그러려면 미국·서방과의 외교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보완 외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전략적 과제로 남겼다. 그러나 최근 그의 내각을 살펴보면, 이를 뒷받침해줄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더 친중, 친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이미 실패한 전략을 다시 집어 드는 것이 지난 날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오기가 아니라면, 이 대통령은 민족 장래를 위하여 밤을 지새우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