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글로벌 결재 통화 예를 들어 엔화나 유로화는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게 통상적입니다. 즉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반대로 유로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달러 가치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는 오르지 않고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원화에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전세계는 리먼 브라더스 은행의 파산 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 등으로 시작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그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매각하게 됩니다. 이것은 곧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한국 주식시장을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원화는 공급이 많아져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는 부족한 현상이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달러가치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화는 1000원 넘어 고공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다른 면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원화 가치에 대한 판단 잘못에도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2007년 상반기 원 달러 환율이 달러당 900원 근처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당시 환율은 한국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조선사를 비롯한 수출업체는 환 리스크를 보완하는 선물환을 매도하게 됩니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 판단하고 리스크 관리를 포기한 것입니다. 그리고 정유사를 비롯한 수입업체 역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 판단하여 수입대금 결제를 미루게 됩니다. 환율이 은행의 예측대로 더 떨어지면 결재를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들어서면서 환율은 상승세로 돌아서게 됩니다. 수출업체는 환율이 오른 만큼 손해를 보게 되어 실제 수익이 없어지게 되었고 반대로 수입 업체는 미뤄왔던 결재를 오히려 높은 환율로 달러를 매입하여 지불하게 되어 역시 손해를 보게 됩니다. 환율의 상승은 물가의 상승 등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주가의 하락과도 연결되어 있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더욱이 혼란스러운 현재의 금융환경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예측이 더욱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 중에서도 CDS(Credit Defalt Swap)가 혼란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CDS는 신용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을 보장해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령 A은행이 B기업에 10억 달러를 대출하면서 B기업의 부도를 대비 C금융업체와 CDS 거래를 체결할 수 있습니다. 즉 A은행은 연간 일정 수수료를 C금융업체에 지불하고 대신 C금융업체는 B기업이 부도를 낼 경우 10억 달러를 A은행에 갚아 주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이 계약으로 C금융업체는 수수료를 챙기고 A은행은 대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C금융업체가 부실화 되면 A은행까지 그리고 관계한 기타 기업이나 은행에 연쇄적인 도산을 파급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9월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CDS의 거래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지난 7년 간 100배나 증가한 62조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세계경제가 공포에 떠는 이유도 이 CDS의 잠재 파괴력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투자 은행들의 리스크를 무시한 무분별한 투자 행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부디 미 FRB를 중심으로 전 세계 은행이 지혜를 모아 이번 사태를 지혜롭게 잘 극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