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7:1-7은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 시내 산을 향하여 가다가 마실 물이 없어서 모세와 다투며 일어난 일이다. 이스라엘이 엘림을 떠나 엘림과 시내산 사이에 이르렀을 때, 온 회중이 그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였다. 그들은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때를 추억하며, 비록 고기 가마 곁에 앉아 그것을 먹지는 못할 망정 고기 냄새라도 맡고, 빵을 배불리 먹던 때에 차라리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이 광야에서 굶어 죽게 되었다고 부르짖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스라엘을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그들의 양식으로 주셨다(출 16:1-36). 그리고 이들은 그 광야를 떠나 르비딤에 이르러 장막을 쳤는데, 마실 물이 없었다. 이스라엘은 또다시 원망하기 시작했다. “왜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리고 나와 우리와 우리 자녀와 우리 가축이 목말라 죽게 합니까?” 라고 원망하고, 이번에는 금방이라도 돌로 칠 것같이 덤벼들었다. 그들의 모세를 대항하고, 대항하는 정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이때 모세는 여호와께 부르짖으며 이 백성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물었다. 여호와의 대답은 정면 돌파였다. 돌로 치려는 백성들을 피하지 말고 오히려 백성들 앞을 지나 호렙 산 반석 위에 서라는 것이었다. 이때 여호와께서는 모세에게 이스라엘 장로들을 데리고 나가고, 손에는 나일 강을 치던 그의 지팡이를 잡고 나아가라고 명하셨다. 그리고 “보아라. 내가 거기 호렙 산 반석 위에서 네 앞에 서리니 그 반석을 쳐라. 그러면 반석에서 물이 나와 백성들이 마실 수 있을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모세는 여호와의 이 말씀대로 반석을 쳤고, 반석에서 물이 쏟아져 나와 물을 마실 수 있었다.여기서 우리는 반석 위에 서있는 모세와 모세 앞에 서 계시는 여호와의 위치가 정상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여호와 앞에 모세가 서 있어야 한다(신 19:17; 25:1-3; 17:8-13). 그러나 여호와 하나님께서 마치 선생님 앞에서 벌 받고 있는 어린 학생이나 재판정의 판사 앞에 서있는 죄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왜 지팡이를 들어 반석을 가리키며 명령하여 물을 내도록 하지 않으시고 반석을 치라고 하셨을까?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민 20:8에는 “너는 지팡이를 잡아라. 너와 네 형 아론이 회중을 소집하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바위에게 명령하면 그것이 물을 낼 것이다. 이와 같이 바위에서 물이 나오게 하여 회중과 그들의 가축이 마시게 하여라.”고 지시하신다. 이처럼 명령 한마디면 할 수 있는 일을 여호와께서는 반석을 치라고 명하신다. 따라서 여기서 모세가 반석을 치는 행위는 이 사건과 관련된 깊은 상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경 곳곳에 반석은 하나님을 가리킨다. 신 32: 4, 15, 18, 31 등에서는 여호와 하나님을 반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사건을 언급하고 있는 시 78:35에서는 반석을 여호와로 언급하고 있으며, 시 95:1 에서도 여호와를 구원의 반석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언급되고 있는 반석은 여호와를 상징한다. 그런데 여호와께서는 모세에게 그가 들고 있는 지팡이로 반석을 치라고 말씀하신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들었던 그 지팡이는 단순한 지팡이가 아니라 모세에게 의미있는 지팡이었다.. 이집트에 재앙을 퍼부을 때마다 여호와께서는 모세에게 그 지팡이를 들어 올리라고 명하셨다(출 4:3-4, 20; 7:12; 7:19; 8:5 [히 8:1]; 8:16; 10:13; 14:16). 따라서 모세가 든 지팡이는 심판의 지팡이요, 능력의 지팡이이다. 그런데 여호와께서는 모세에게 이제 그 지팡이로 반석을 치라고 명하신다. 모세는 심판자요 반석이신 여호와는 심판을 받는 죄인으로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호와는 죄가 없으시다. 오히려 모세의 심판의 지팡이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모세를 돌로 치려하는 백성들을 향해야 옳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백성을 대신하여 매를 맞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고난에 대한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 10:4에 성경은 “다 같은 신령한 음료를 마셨다. 그들은 자기들을 따르고 있는 신령한 반석으로부터 마셨는데, 그 반석은 곧 그리스도였다.” 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 반석은 마땅히 매 맞아야 할 백성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매를 맞으신 그리스도에 대한 모형임을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반석에서 나온 물도 “신령한 물”, 곧 하나님의 보좌로부터 흘러나오는 생명수 샘물에 대한 모형이다. 에스겔서에는 말일에 성전으로부터 물이 흘러 나와 온 세상을 소생케 하는 모습을 예언하고 있다(겔 47:1-12). 스가랴서에서는 그 날에 죄와 더러움을 씻어줄 샘이 다윗 집과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을 위하여 열릴 것이며(슥 13:1), 또한 그날에 예루살렘에서 생수가 솟아나 항상 사방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신다(슥 14:8). 그리고 신약에 와서는 예수께서 바로 이 생수를 자기가 주시겠다고 명절에 예루살렘에서 외치신다(요 7:37-38). 그 말씀대로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을 때 그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쏟아져 나왔다(요 19:34). 물론 이 물은 예수님의 완전한 죽음을 증거하는 것이지만 반석이신 예수님, 특히 신령한 생명수를 약속하신 예수님의 약속에 대한 가시적인 성취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반석 위에서 서서 모세의 매를 맞으신 여호와는 예수님이시고, 반석에서 나온 물은 예수께서 앞으로 그를 믿는 자에게 부어주실 신령한 물, 생명수 샘물에 대한 모형이다.
모세에게 돌을 던져 치려하는 이스라엘의 태도는 결국 하나님을 대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땅히 돌을 던저 맞아야 할 자는 이스라엘 자신들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돌팔매를 자기에게 향하게 하셨다. 모세에게 백성들을 치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여호와 자신을 치라고 하신 것이다. 원망하며, 죽음을 자초한 이스라엘을 대신하여 하나님 자신이 매를 맞으신 것이다. 예수께서는 바로 우리가 맞아야 할 매를 대신 맞으신 것이다(사 53:5-8). 그리고 우리에게 신령을 물을 마시게 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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