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만섭 목사(화평교회)
로마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본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교황이 지난달 21일 서거하였다(가톨릭은 선종:善終-善生福終: 선하게 살다 복되게 죽었다는 것) 이분은 2013년에 교황에 즉위하여 12년간 가톨릭을 이끌어왔다. 이분에 대하여 가톨릭에서 평가하기로는 서민의 교황, 빈자의 성자, 낮은 곳에 임했던 지도자로 부른다.
이분은 2014년 8월 한국에도 왔었는데, 광화문에서 124위의 시복미사를 집전하였다. 그의 평소 메시지는 약자의 편에 서는 것,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 생명은 신성하다는 것, 형제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것 등을 강조하였다. 종교인으로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유독 동성애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13년 해외 순방 길에서 동성애 의혹이 있는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누굴 판단하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스페인 출신 남성 동성애자에게 ‘하느님은 너를 만드셨고, 그분은 너를 사랑한다’고 했다. 2013년에는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사제들에게 낙태한 여성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스페인의 가톨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전환자들도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였다.
또한 2014년에는 교황청 과학 아카데미에 참석하여 우주 기원의 가설인 ‘빅뱅 이론’을 긍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교황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그런가? 이런 모습이나 발언은 성경적 가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월 26일 교황의 장례식에는 150개국에서 정상들이 참석하고, 수십만 명의 조문객이 모였다니, 교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가톨릭의 상징적인 인물에 의하여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은 초대 교황을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베드로로 본다. 교황의 직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로마 교구의 교구장,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 보편 교회의 최고 사제, 서방 교회의 총주교, 바티칸 시국(市國)의 국가 원수 등이다. 그중에 베드로의 후계자로 권위를 인정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는 로마의 네로 황제 시대에 십자가에서 순교를 당하였다. 전승(傳承)에 의하면 베드로는 십자가형을 당하면서, 예수님과 같이 십자가를 질 수 없다며 거꾸로 매달렸다고 한다.
사실 로마 교황은 엄청난 명예와 권력을 가진다. 4세기에 로마 콘스탄티우스 황제에 의하여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國敎)가 되기 전까지 얼마나 심한 박해와 순교가 있었는가? 로마에서는 로마 황제들에 의하여 10번에 걸친 순교의 피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로마 국교가 된 이후 가톨릭은 타락과 암흑시대를 맞이한다.
5세기에 교황을 지낸 레오 1세(440~461년)는 ‘교황은 베드로와 동일시될 수 있는 존재이며, 교황 수위권(首位權)과 교회의 사법권을 주장하였다. 그는 엄청난 명성과 권력을 얻었다. 그래서 그를 ‘대교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후에 사람들로부터 같은 별칭을 들은 그레고리오 1세(590~604년)는 자신을 수도사로 여기고, 자신을 ‘신의 종복들 중의 종복’으로 여기는 겸손을 보였다.
교황의 어두운 역사는 상당히 많다. 영국의 작가이며 역사가인 존 줄리어스 노리치(John Julius Norwich)가 쓴 ‘교황 연대기’에 보면, 역대 교황들의 어둡고 침침한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필자는 수년 전에 바티칸-시티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베드로 대성당은 그 규모나 장식들이 대단하다. 넓은 광장과 광장을 둘러선 회랑(回廊)에 서 있는 인물 동상들이 압도적이다. 그리고 성당 입구에는 베드로의 동상이 있는데, 사람들이 소원을 품으면서 발을 얼마나 많이 문질렀는지 신발 한 짝은 거의 닳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엄청난 성당을 면죄부(免罪符)를 팔아서 지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또 베드로 대성당의 부속 성당이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이뤄지는 시스티나 성당에는 역대 교황들이 모아 놓았다는 수많은 형상물들이 가득 차 있었다.
종교와 권력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 되어야 한다. 로마 가톨릭은 교황이 황제를 압도하는 시대도 있었고, 황제에게 굴복하는 시대도 있었다. 우리는 베드로와 동일시하는 권력보다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는 고백에 주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