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자정능력 상실한 감리교에 제시한 법원의 ‘엘로 카드’

“씻을 수 없는 치욕”…“겸허히 수용” 내부 반응 엇갈려




강흥복감독회장의 직무정지 결정으로 1년 전 혼란이 정점에 달았던 때로 복귀한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새로운 수장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임명된 감리교 수장으로 감리교는 역사상 최대의 치욕을 겪어야할 듯 하다. 법원이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새로운 감독회장직무대행에 감리교 인사가 아닌 장로교의 장로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감리교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백현기변호사
지난 12일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김필곤)는 백현기변호사를 감리교 감독회장직무대행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개시일은 12월 17일부터이며 월 5백만원의 보수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현기변호사는 법무법인 로고스의 고문변호사이자 한기총 법률고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이사를 겸하고 있는 교회분쟁 법률전문가이다. 문제는 그가 예장 합동측 온마음교회(안병호목사)의 장로라는 점이다. 결국 160만명의 대형교단인 감리교의 미래가 장로교 인사에게 맡겨진 셈이다.

◇감리교 반응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장로교 장로가 선임됐다는 소식을 접한 감리교는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감리교 홈페이지에는 법원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 수십 건이 올라오며, 감리교 초유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감리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장로교는 빨리 두 손 들고 감리교에서 나가라”, “감리회의 법과 전통을 무시한 법원의 판결을 거부한다” 등의 법원 결정을 반대하는 글이 주를 이루며, 새로운 감독회장직무대행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감독파송제인 감독회장직에 목사가 아닌 장로가 선임됐다는 점은 전체적인 거부감을 증폭시켰다.
반면 이번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임은 현 감리교 상황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들은 “이미 법원으로 갈 때 우리는 모든 자존심을 버린 상태다”며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니 겸허한 마음으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자”고 현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감리교회엔 정말 너무 아픈 참담한 현실이다”며 “감리교회는 오늘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했다”고 성토했다.

◇법원이 백현기변호사를 선임한 이유
법원의 이번 결정이 매우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의외의 결과라고는 볼 수 없다. 우선 2년 넘게 감리교 혼란이 지속되며, 감리교 사태를 해결할 중립적 인사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2008년 9월 감독회장 사태가 터진 직후부터 고수철, 김국도, 강흥복, 이규학 등의 인물들이 서로 대립하며, 얽히고설킨 실타래 속에 중립적 인사를 찾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법원이 감독회장 직무대행과 임시감독회장의 권한을 주며, 사태 해결을 기대했던 이규학목사조차 완전한 통합을 보이지 못하고, 여전히 대립된 상황을 유지하자 법원 나름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는 이미 법원의 지난 최종 심리에서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원은 “감리교 내에서 어떤 인물이 중립적인가를 더 이상 판단키 어렵다”며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서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할 시 제 3의 인물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감리교는 장로교 장로에 의한 대리정치를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지난 2년간 법원은 160만 성도가 소속한 역사와 전통의 감리교가 가진 자정적 능력을 믿었고, 감리교가 스스로 사태를 해결하도록 수많은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 기회를 저버린 건 감리교였다. 2년간 지도자들이 감독회장직을 놓고 싸움을 벌일 때 감리교에 대한 온갖 사회적 지탄은 성도들이 감당해야 했다.

◇이후의 전망
백현기변호사가 감독회장직무대행에 들어서며, 우선 마비됐던 감리교 행정이 어느 정도 정상화를 찾을 전망이다. 본부 행정을 처리하는 직원들이 행정마비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결재를 담당하는 각 부 위원장 및 총무들이 지난 10월 임기를 종료하며 그 어느때보다 감독회장의 존재가 절실한 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급한 불을 모두 끈 것은 아니다. 신임 감독회장직무대행이 새로운 위원장과 총무를 임명해야 하겠지만, 이 문제가 그리 원만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현재 법원이 백현기변호사에게 감독회장직무대행의 직위는 주었지만 그 권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 결국 감독회장직무대행의 권한 정도를 놓고 또 한 번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지난 이규학감독회장직무대행 시절에도 직무대행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양측간의 많은 다툼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 가뜩이나 환영받지 못하는 백변호사를 감리교가 어느정도나 인정해 줄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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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감리교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장로교 장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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