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30(수)
 
  • 심만섭 목사(화평교회)

심만섭 목사.jpg

 

우리나라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이다. 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국가에는 삼권분립이 되어 있다. 즉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가 있고, 입법부의 기능인 국회가 있고,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가 있다. 이러한 체제는 서로의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여 국가 기관의 어느 일방에서 권력 남용과 부패를 막으려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면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를 견지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권력을 더 많이 가진 세력에 의하여 일그러진 모습으로 전체주의나 독재주의로 갈 수 있다. 이것은 과거에도 그런 사례들이 있었고, 현재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이 목격된다.

 

우리나라는 이달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받았고, 다른 여러 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공직자선거법파기환송심을 비롯하여, 배임과 뇌물 등에 대한 여러 건의 재판들이 무기한 중단되었다.

 

이는 헌법 제84조를 적용하여 사법부가 재판을 전면적으로 중단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연루된 사람들은 이미 여럿이 법의 심판을 받았거나 재판이 정리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재판에서 범죄 혐의 액수만도 5,000억 원이 넘는다. 일반인들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 혐의이다. 또 일반인들은 법망에서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사건들이다.

 

그렇다면 헌법 제84조는 제대로 적용된 것인가? 이 조항을 보면, ‘대통령은 내란 혹은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은 아직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탄핵을 당할 일이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같은 헌법인 제68조 제2항에 보면, ‘대통령이 궐위(闕位)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으로 놓고 볼 때,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궐위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에 여러 가지의 범죄 혐의가 있었고, 그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계속되는 것이 맞지 않는가?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법을 가장 중시하고 엄정하게 집행해야 하는 사법부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일방적으로 한쪽의 헌법 조항만을 들어서, 기약 없이 중대한 범죄 혐의를 심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헌법 정신과 국민들의 법 감정에 맞는 것인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비례 대표는 제외) 그러나 사법부를 구성하는 법관들은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법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소양과 경험과 양심과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리를 선출직으로 뽑을 수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따라서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진정 살아 있다면, 당연히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있었던 중대한 범죄 혐의에 대하여 판결을 내리는 것이, 헌법에서 말하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명백히 실현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현 대통령도 과거에 전임 대통령에 대하여, ‘대통령도 죄를 지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인가?

 

만약에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가 재판을 통하여 사라진다면(혐의를 벗는다면) 오히려 떳떳한 대통령으로 국정에 임하지 않을까? 물론 대통령 임기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면, 직무 수행과 국정 안정과 대외적 위신을 생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가진 범죄 혐의가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국민적 혼란과 국가적 위신을 추락시키는 상황에는 사법부의 책임이 크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아주 중요한 권력 기관인 사법부가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의지를 정말로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부(司法府)는 행정부(行政府)의 정치부(政治部)가 아니다. 이런 사법부를 향하여 새로운 정부에서는 대법관을 30명에서 100명까지 대대적으로 늘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법부로 뜯어고치려고 한다. 사법부 독립에 대한 의지는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보다 국토가 훨씬 크고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대법관은 9, 영국은 12, 일본은 15명뿐이다. 이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대법관 숫자를 많이 두지 않는 것은, 법의 체계를 꿋꿋이 세우고, 국민들 사이에 소송이 남발하여 그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사법부, 그 위상을 깊이 생각하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함을 증명해야 한다

태그

BEST 뉴스

전체댓글 0

  • 34126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토요시평] 심만섭 목사의 ‘사법부(司法府)가 정치부(政治部) 인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