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의미없는 대표성 경쟁에 추락하는 대사회적 영향력


이번 4.13총선에서 한국교회는 현실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당장 기독교 정당의 실패는 둘째치더라도, 한국교회가 불철주야 외치는 동성애, 이슬람 반대 등의 목소리가 국민들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가 가지는 현 한국사회의 입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 약화는 당장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사회의 1/5에 이르는 구성원이 모인 1000만 성도의 한국교회가 이토록 무기력한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수만은 없을 터, 한국교회는 지금이라도 대사회적 영향력 재고를 위한 반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교회협-한기총의 안정적 구도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 재고의 핵심은 연합기관이다. 300개 교단으로까지 분열한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교회를 대변할 연합기관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수년 전까지 진보진영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와 보수진영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가 충실히 감당해 왔다.

먼저 역사가 오래된 교회협은 한국사회의 민주화 정착과 노동운동, 통일운동, 복지 확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매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특히 늘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외친 교회협의 모습은 거대 권력에 희생되기만 했던 서민들의 커다란 희망이었다. 교회협의 이런 역할은 성경이 제시하는 교회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다.

반면 뒤늦게 보수진영의 결집을 목적으로 생긴 한기총은 그간 진보색이 짙은 교회협 위주로 대변되던 한국교회의 모습을 새롭게 탈바꿈 시켰다. 한국교회의 주를 이루는 보수진영은 한기총을 통해 대대적으로 결집했고, 한기총은 사회 현안에 있어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사회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했다.

이렇게 구성된 한국교회의 교회협과 한기총의 구도는 매우 안정적이었고, 발전적이었다. 진보와 보수로 대변된 양 단체는 그 정체성 탓에 서로가 굳이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대시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1년에 한번 부활절에 모여 함께 연합예배를 준비하며 나름의 교류를 통해 한국교회의 하나된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기총 분열과 연합기관의 혼란
이런 연합기관의 구도는 한기총이 한교연과 분열하면서 매우 불안정해졌다. 교회협, 한기총, 한교연이란 구도는 무엇보다 한국교회를 상대해야 하는 정부 당국을 혼란케 했다.

더구나 한교연이 한기총에서 분열한 만큼 사실 이들간의 정체성이나 색채가 전혀 다를게 없었기에, 이런 삼자 구도는 한국교회 입장에서 불필요함 그 자체였다. 오히려 한기총과 한교연이 자신들이 보수진영의 대표임을 과시하기 위해 불필요한 내부 경쟁을 하면서 상황만 악화시켰다.

한국교회는 위에서 언급했듯 교회협과 한기총의 구도가 가장 안정적이며, 이상적이다. 물론 교회협 외에 나머지 한 자리가 굳이 한기총이 아닌 한교연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두 단체가 공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이 관계가 지속될수록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은 악화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부활절연합예배를 주최하며, 급속히 주목을 받고 있는 교단장협의회의 포지션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교단장협의회는 교단장들의 친목 모임으로 이를 연합기관 범주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만, 한국교회 대다수의 교단장들이 함께하고 있는 만큼 사실 언제든 연합기관으로 탈바꿈하더라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어떤 단체도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이어온 교회협-한기총의 양 구도를 대신하기는 힘들며, ‘헤쳐모여’식의 재편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합동과 통합, 제 역할 되찾아야
한국교회의 연합기관 구도가 불안정해진 것은 주요 교단들의 정치적 욕심 탓이 제일 크다. 한교연의 탄생도 사실 ‘이단 문제’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댔지만, 진짜 이유는 교단들간의 ‘자리싸움’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그리 쉬쉬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를 일으켰던 교단들이 나서서 사태를 수습해야 함이 옳을 것이다. 특히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양대산맥인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나서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별다른 연합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합동측이 먼저 조속히 한기총으로 복귀해야 할 것이다. 통합측과 더불어 한국교회의 가장 큰 교단인 합동측은 그간 보수진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러한 합동측이 연합운동에서 빠지자, 보수진영은 구심점을 잃었고, 이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최일선에 군소교단들이 난립하는 단초가 됐다. 

여기에 무엇보다 통합측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 통합측은 언제부터인가 진보와 보수간의 가교역할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로, 교회협과 한기총에서 모두 가입해 활동했으며, 현재는 한교연에서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 자체가 한국교회의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음은 틀림없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중심축인 통합측이 어느 순간 에큐메니칼에 대한 정체성을 잃고, 저급한 정치색만 짙게 드러내며,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자기 구미에 맞게 주무르려 하는 것은 한국교회를 매우 우습게 아는 행동이다. 이는 한기총에서 자리를 잃은 통합측이 한교연을 만들어 나간 것에서 충분히 드러난 대목이다.

현재 교회협과 한기총 혹은 한교연에 모두 속한 교단은 통합측과 기하성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교회 연합운동이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합측은 교회협으로 기하성은 한기총에만 매진해야 옳을 것이다. 여기에 기성 역시 자신의 색깔에 맞게 다시 교회협으로 가고, 고신과 합신 등의 보수 교단은 다시 한기총에 합류해야 한다.

이러한 정리는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되찾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지금처럼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중도를 추구하며, 양 손의 떡을 다 쥐려 하다가는 양 쪽 모두는 물론이고, 사회에서조차 외면당하는 박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회는 진보는 진보로, 보수는 보수로 뭉쳐 각각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대사회적 역량을 발휘하는데 훨씬 효율적이다.

그렇기에 연합기관이 전면 재편의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를 외면하고 지금처럼 각 교단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연합기관을 이용한다면 한국교회의 회복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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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교회 연합기관, 전면 재편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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