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0만원 내면 석·박사 학위 취득 광고, 상당수 환불 요청
- 모집자 C씨 “필리핀 교육부가 허가한 합법, ‘경력인정제’ 학위 문제 없어”

한 때 국내에서 크게 문제가 됐던 해외 대학의 학위 취득 이슈가 또다시 일고 있다. 필리핀 S대학의 석박사 학위를 수천여만원의 돈을 주면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인데, 벌써 상당수 인원들이 돈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나, 하루빨리 해당 학위의 진위 파악에 정부가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사는 A씨는 지난해 안전교육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국민OOOO진흥원에 등록하고 자격 과정을 이수했다. 해당 기관은 '행정안전부 안전교육기관'을 내걸고 스스로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전문인력 양성 및 안전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허나 한창 교육을 받던 시점에 단체의 원장인 C씨가 수강생들에 매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자신이 아는 필리핀의 S대학에 일정 돈을 내면, 학사 학위는 물론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심지어 경력을 인정해 주는 학위이기에 수업을 들을 필요도 없고, 돈만 내면 된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A씨는 "원장 C씨가 박사 학위만 따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 교육 강사로 설 수 있기에, 연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수업도 듣지 않고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제안이 미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 소원했던 박사학위를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석박사 학위 과정을 3,000만원을 주고 신청했다. 그리고 반년여만에 해당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막상 학위를 살펴 보니 온통 의문 투성이었다. 자신의 경력을 인정한 특별전형으로 알고 있었는데, 학위에는 자신이 2017년 경부터 관련 과목의 수업을 받았고, 이를 이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순간 가짜 학위, 혹은 학력 조작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박사학위를 따면 공무원 대상 강사가 되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A씨는 C씨에 3,000만원의 환불을 요청한 상태다.
필리핀 S대학의 학위를 구매한 사람은 A씨 뿐 아니라, 현재까지 약 1~20여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돈만 낸 채 학위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애초 안전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찾았던 '국민OOOO진흥원'이 행안부 승인 기관이라기에, 학위 역시 크게 의심치 않았다"며 "행안부 이름을 건 기관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의 진위를 파악하고 피해자 수습에 나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국민OOOO진흥원의 원장 C씨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학위는 필리핀 교육부가 허가한 특별과정인 ‘경력인정제'로 전혀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은 국내에서 학위 취득 희망자를 모집할 뿐, 실제 이를 진행하는 것은 S대학의 J씨라고 밝혔다. J씨는 한국인으로, C씨는 한국에서 학위 희망자를 모집하면, 이를 J씨가 현지에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학위 발급을 위한 금액은 학사, 석사, 박사 교육 기간에 맞춰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사, 석사, 박사의 수업료 역시 다르다고 했다. 실제 수강생들이 받은 안내문에는 학사 학위를 위해서는 8학기 수업료를 내야 하며, 학기당 800불, 총 6400불이 책정됐다. 또한 석사는 학기당 1200불(5학기, 총 6000불)이며, 박사는 무려 1900불(6학기, 총11400불)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논문 심사비(400불), 아포스티유(300불), 논문 미제출시 보강비(논문 지도비, 6000불) 등이 명시되어 있었다.
C씨는 “우리는 학교에 대해 설명만 해준 것 뿐이며, 필리핀 S대학이 A씨의 경력을 검토하고 학위를 내줬다”며 “여태까지 학위를 신청한 사람은 10명 정도고, 이들을 우리 진흥원의 교수로 임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필리핀 S대학의 학위 발급에 대한 의혹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해당 문제의 진위를 하루빨리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