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30(수)
 
  • 세계 헌혈자의 날 맞아 ‘헌혈·생존 시 장기기증 실천자’ 조명

사진_2020년 8월 13일 창천동 헌혈의집 신촌센터에서 600회 헌혈을 맞아 장기기증 희망등록증 폼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표세~.jpg

 

매년 6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이날을 기념해 생명을 살리는 헌혈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헌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생명나눔 중 하나다. 그런데 헌혈처럼 살아서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생명을 나누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 바로 생존 시 장기기증이다.

 

신장은 두 개이지만, 사람은 하나의 신장만으로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를 통해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이는 969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59%573명이 기독교인으로, 이 중 136명은 목회자였다. 이처럼 헌혈과 장기기증을 통해 복음을 삶으로 실천한 신앙인들이 있었기에 우리사회에 생명나눔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다.

 

꺼져가는 생명 위해 헌혈에 이어 신장과 간, 조혈모세포까지 나눈 사람들

 

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89, )는 국내에서 생명나눔의 길을 처음 개척한 인물이다. 1968, 우석대병원(현 고려대병원)에서 원목으로 근무하던 중 응급환자에게 본인의 혈액 380cc를 수혈하며 생애 첫 헌혈을 했다. 이후 매혈이 성행하던 1960년대부터 대가없이 혈액을 기부하는 피 주기 운동을 전개했고, 1991년에는 국내 최초로 생면부지 타인에게 생존 시 신장기증을 실천했다. 이는 국내 장기기증 운동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었다.

 

박 이사장 외에도 헌혈에 이어 신장이나 간 등 장기까지 나눈 이들이 있다. 헌혈에 690회나 참여한 표세철 목사(63, )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78, 헌혈 버스 앞에서 우연히 마주한 설명에 이끌려 헌혈을 시작했다. 이후 47년간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헌혈에 참여했다. 첫 헌혈을 한 지 13년 후, 그는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했다. 당시 표 목사의 신장기증이 첫 단추가 되어 수혜자의 어머니가 또 다른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릴레이 신장이식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사되기도 했다. 생명나눔의 끈을 놓지 않던 표 목사는 2002년에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환자를 위해 간의 일부까지 기증하며, “하나님께서 건강한 몸을 주신 건 나누라는 뜻이니 삶 가운데 꾸준히 생명나눔을 실천하려고 한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이태조 목사(64, ) 역시 헌혈에 이어 신장과 간까지 기증한 생명나눔 운동의 산증인이다. 그는 200회가 넘는 헌혈과 함께, 1993년 부산 지역 최초로 말기 신부전증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2005년엔 말기 간암 환자에게 간 절반을 이식하며 두 사람의 생명을 살렸다. 이 목사는 예수님의 생명을 받은 사람이 어려움에 놓인 내 이웃을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겠느냐.”라며, “사랑을 받았으니,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다.”라고 말했다.

 

대를 이어 헌혈에 참여하며 장기기증에 동참한 가족도 있다. 윤석정 씨(55, )는 대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헌혈을 실천하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신장 두 개 중 하나를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그 길로 본부에 생존 시 신장기증 신청을 했고 스물네 살이던 1994년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직전까지 자신의 신장을 이식받는 환자를 위해 기도했다는 그는 대학 졸업식 날 건강을 회복한 이식인과 그의 남편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던 일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25년이 흐른 2019, 그와 함께 꾸준히 헌혈에 참여하던 아들 윤여명 씨(29, )가 스물세 살의 나이에 생면부지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윤 씨는 아들이 기증 결심을 했을 때, 걱정보다는 흐뭇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라며, “가족과 함께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계속해서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라는 뜻을 전했다.

 

헌혈처럼, 장기기증도 당연해지는 사회를 위하여

 

국가통계포털(KOSIS)의 헌혈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는 2855,540건의 헌혈이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지난해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7563명이었다. 한 사람이 다회 헌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헌혈에 비해 장기기증의 참여도가 현저히 저조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수백회의 혈액에 이어 실제 생존 시 장기기증까지 실천한 이들의 나눔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

 

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첫 생명나눔을 헌혈로 시작해 하나님께 받은 생명을 이웃과 나누는 장기기증까지 실천하는 기독교인들이 많다.”라며, “헌혈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처럼 장기기증 역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나눔으로 인식되어,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앞장서 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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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위해 피와 장기를 모두 나눈 생명나눔의 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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